어느 날 회사에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너무 속이 상한다고.
내용인즉슨, 어린이집에서 어떤 아이가 첫째 손을 물어 상처가 났다는 것이었다. 한 장난감을 두고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길래 그러지, 했는데 곧 아내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손 한쪽에 새빨갛게 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지 생각하니 나도 속이 상했고,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의 손을 물어버리는 그 모습을 상상하니 괘씸했다.
'뭐야... 물긴 왜 물어...'
고작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최대한 '그러려니' 생각하려 했지만 나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첫째 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직접 눈으로 보니 더 화가 났다. 아이에게 물었다.
"이거 누가 그랬어?"
"어~ 내가 자석 블록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OO이가 와서 만지다가 손을 물었어~"
"그래? 많이 놀랐겠네. 너도 같이 확 물어버리지 그랬어."
아이에게 그렇게 얘기해주면 안 된다는 건 그냥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당하고만 들어온 것 같아 속상했다.
역시나 아내는, 애한테 무슨 그런 얘길 하냐며 말렸다. 뭐 어때, 먼저 때리지만 않으면 되지, 라며 아내의 말을 맞받았다.
그날 밤, 아무래도 내가 괜한 소릴 했나 싶어 후회가 됐다. 이럴 땐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게 바람직한 걸까?
검색을 해보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너도 같이 때려!"라고 하면, 역시 안 된다고 한다. 어딘가에서 맞고 온 아이에게 이렇게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이 공격적이지 못했다는 걸 잘못으로 알고 스스로를 비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비하감은 좌절감을 가져다주고, 폭력은 폭력으로 해결해야 옳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한단다.
그럼 같이 맞서라는 말 대신,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
"싫어", "때리지 마", "그건 나쁜 행동이야"와 같은 말을 하도록 연습시키는 게 좋다고 한다. 누군가 공격적인 행동을 해올 때, 아이가 의사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기주장'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그대로 배운다'는 말은, 이젠 너무 흔해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곧잘 망각하기도 하는 말이다.
아이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건 부모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이의 사고방식을 결정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