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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띠링 이코노미 세 좌석이 배정되었습니다

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1

by Heosee

인생도 완벽하지 않은데 여행도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9박 10일

남자 아저씨 혼자 푸껫 그리고 끄라비를 다녀오다!





출발 10일 전


"띵동"

[D항공] 대기 예약 확정 안내

25년 7월 인천-푸껫행 / 비즈니스석(O)

예약이 취소되지 않도록 기한 내 구매해 주시기 바랍니다.

엇! 엇! 이게 무슨 알람이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즈니스석 대기 예약을 해놓고 잊어버렸었는데

10일 전에 와서야 자리가 났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일반석으로 예약했던 항공권 페널티를 물어가며 아주 기분 좋게 비즈니스석으로 재발권했다.

내 생애 D항공 비즈니스라니~ 여행 출발 전부터 설렘으로 가득 찼다.

"내 꼭 기내에서 끓여주는 라면! 그것을 먹어보리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여름휴가

남들보다 휴가를 2개를 미리 써서 먼저 출발하기에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오전까지도 격무에 시달리다 점심도 못 먹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띠링띠링

(오후부터 휴가인데 꼭 전화질들이야..)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인천공항 D항공 사무실입니다

오늘 인천에서 푸껫가시는 헤오(Heo)님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불현듯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내 비행기가 취소된 건가? 그래서 내일 대체 편으로 되는 건가?

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니면 단순히 2시간 지연?

별에 별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예약해 주신 비즈니스 석이 고장이라 혹시 이코노미를 타시는 건 어떨까요?"

"네? 이코노미로요?"

"네. 급작스럽게 연락을 드려 죄송한데

다만 이코노미를 타시게 되면 연달아 좌석 3개를 사용하실 수 있는 것과 소정의 보상금.

그리고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하늘 위에서 승무원이 끓여준다던 그 라면을 먹으려고 얼마나 기다렸었는데..

특별 기내식도 신청해 놨는데...'

"제가 그냥 비즈니스 타겠다고 해도 되는 건가요?"

"네 물론이죠. 다만 그럼 저희는 다른 고객분께도 전화드려서 알아볼 예정입니다."


소정의 보상금. 연달아 3 좌석. 그리고 라운지 이용권.

귀는 벌써 솔깃했고 맘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라운지는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해도 된다는 거죠?"

"라운지는 비즈니스 석보다 조금 더 높은 마일러 라운지를 이용 가능하세요."


다시 다시 3 연좌석. 돈. 평생 가보지 못할 라운지.

벌써 머릿속으로는 잡아야 하는 딜이라고 결정이 되었으나 허나 남자는 한 번에 수락을 하면 쉬워 보인다

"바로 결정해야 하는 건가요?"

"그럼 잠시 고민해 보시고 제가 10분 뒤쯤 전화드려도 될까요?"

"네 고민해 보겠습니다"


비행기를 타는데 돈도 준다고 하니...

어느 누가 마다하리오. 비즈니스 석. 그건 애당초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하고

맨날 이코노미 좁디좁은 좌석에도 버텨서 유럽까지 가던 나였으니.

더군다나 이코노미석이 연달아 3좌석 - "눕 코 노 미"

이제 다시 전화 오면 아쉬운 듯 품위 있게만 승낙하면 된다


"띠링띠링"

"네 여보세요?"

"네 잠시 전에 전화드렸던 인천 D 항공 직원입니다. 혹시 결정하셨을까요?

저희가 다른 분께도 연락을 드려야 돼서요."

"네 제가 비즈니스 석을 다른 항공사에서도 많이 타봐서요. 제가 양보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돈은 언제 주시는 건가요?"

"티켓팅하실 때 다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공항에 오셨을 때 연락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므흣한 미소를 지으면서 집을 나선다.

이제 인천 공항으로 기분 좋게 출발이다! 눕코노미!

3좌석 연달아 쓰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탑승 30분 전.


"띠링띠링"

"여보세요?"

"네 고객님 오전에 전화드렸던 인천공항 D항공 직원입니다"

"네 덕분에 체크인 잘했습니다. 보상금도 잘 수령했고요."

크으 역시 서비스가 끝까지 좋은 D항공이네. 마지막까지도 승객을 챙기는 멋진 서비스.


"네 다행입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석 고장이 해결되어서 타실 수 있게 되었기에 다시 연락드립니다

혹시 비즈니스 석으로 비행하시겠어요? 다만 이 경우 받으셨던 보상금은 돌려주셔야 합니다"

.

.

.

(잠깐의 침묵 후..)

"아니요~ 저는 이코노미가 정말 좋아요~"




푸껫 썬데이 마켓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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