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2
인생도 완벽하지 않은데 여행도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남자 아저씨 혼자 푸껫 그리고 끄라비를 다녀오다!
"그럼 공항 도착하셔서 직원한테 문의하시면 티켓팅 도와드리겠습니다.
"설마 비즈니스 카운터에서 티켓팅을요? 짐도 비즈니스 석처럼 빨리 나오나요?
"그럼요 고객님~
훗 생각지 못한 건데~
아직도 얼떨떨한 눕코노미, 소정의 보상금. 라운지 이용권, 그리고 우선 수화물 처리, 이곳 비즈니스 카운터. 오늘하루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비즈니스 티켓팅하는 A 카운터-프리미어 체크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오늘 어디로 여행 가시는지요?
"안녕하세요 오늘 인천에서 푸껫 가는 비행기를 타려 하는데 아까 전화를 받았습니다.
비즈니스 석을 예약했는데 고장 났다고 이코노미로 타는 걸로 변경해 달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여권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상 승무원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잠시 후
"네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
"네 헤오 씨입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우선 좌석부터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이코노미 33C 복도좌석으로 티켓팅해 드리면 될까요?
"연달아 3 좌석 주신다고 했는데 그럼 티켓을 3개 주시는 건가요?
"(웃음) C좌석을 드렸고 A, B 좌석을 오픈인 채로 진행할 예정이니 3 좌석 쓰시면 됩니다.
묻지 않아도 되었을 질문을 괜히 던진 건가 부끄러워진다.
"여기 드리는 것은 마일러 라운지 이용권과 그리고 소정의 보상금입니다.
금액 확인하시고 이 서류에 서명 부탁드려요.
"서명이요?
"네 비즈니스에서 이코노미로 변경하시고 이에 대한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짐은 비즈니스 석 기준으로 우선 수화물로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받아 든 돈과 라운지 이용권.
막상 받고 나니 그냥 비즈니스 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 얼마나 된다고 언제 탈지도 모르는 비즈니스 좌석을 포기했나
허나 봉투를 열어젖히고 빳빳한 5만원권 현찰들을 확인하니 그저 흐뭇해진다.
"수속은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 즐겁게 여행 다녀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남자 아저씨 혼자 여행 갈 때는 위스키가 필수다.
마시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행 내내 깨지지 않도록 뾱뾱이로 뚤뚤 감은 채로~싸고 이고 지고 다닌다.
그저 하나의 전리품으로 말이다
"이게 시중에서는 얼마야~싸게 샀으니 횡재한 거지~" 했던 기쁨이
막상 그 큰 부피의 뾱뾱이 포장을 받게 되면... "버려버리까.. "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객님의 상품이 준비되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인터넷 면세점을 들락날락 하긴 했지만
내가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주문했었나? 망각의 동물 - 사람.
그 많은 물건들과 함께 마일러 라운지를 향해 찾아갔다. 라운지 입구에는 인상 좋으신 노부부가 일등석 티켓과 여권 확인을 받는 중이었다.
이윽고 내 차례
"안녕하세요 탑승권과 여권 부탁드립니다."
"네 여기 있습니다. 비즈니스 좌석 고장 나서 이코노미로 변경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미리 대답한다. 이 고급 라운지에 이코노미 항공권이 내미는 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확인되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안내 직원은 나의 양손 무겁게 들린 면세점 물품들을 보면서 할까 말까 하다 말을 건넨다
"고객님 혹시 락커가 필요하신가요?
"외부 락커요?. 아 아니에요. 들고 들어갈 건데 안 되나요?
나는 이 많은 짐을 외부에 보관하고 오라고 하는 걸로 생각해서 우선은 손사래를 쳤다.
"가지고 계신 짐은 락커를 이용하셔도 돼요
"락커가 어디 있는데요?
"라운지 들어가시면 바로 오른쪽에 있습니다
"라운지 안에 락커, 사물함이 있다고요?
"네 무료이니 맘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키는요?
"번호 자물쇠로 되어있고 들어가셔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
고급 라운지는 이런 건가. 사물함 락커가 있다고?
우와 있다 있어. 면세점에서 이렇게 많이 산 것도 다 때려 넣을 수가 있네.
기내 캐리어도 들어갈 사이즈이다. 라운지라고 하지만 짐을 의자 위에 두고 다니는 게
신경 쓰였는데 역시 머가 달라도 다르다~
라운지는 한산했다. "역시 마일러 라운지라 돈 없는 사람은 못 오는 건가~ 훗"
어느 라운지를 가도 항상 북적거리고 혼잡했는데 그저 쉬는 공간으로서의
목적이 새삼 느껴졌다.
"우와 이 고급진 음식 봐. 하얏트 호텔에서 가져온다니~ 너무너무 행복하네~
"우와! 나뚜루가 이렇게 쌓여있다고!! 라면도 하나 때릴까?
음식 퍼담기에 여념이 없다. 누가 쫓아오듯이 허겁지겁 허겁지겁.
그렇게 음식을 퍼다 나르고 먹고 배 부르고 나니
이곳에 공기는 조금 다르다고 느껴졌다. 지긋한 세월에 흔적을 가지고 계신 분들.
그분들의 손에는 다들 책 아니면 신문이 들려있다. 라운지의 분위기는 고요하게 도서관 같은 분위기
커피 한잔 또는 작은 접시에 아주 소량의 음식만 담고 아주 조용히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 저건 PPT 서식인데"
저 멀리 어르신은 머리가 희끗희끗하신데도 유창하게 영어로 통화를 하신다.
그러고 나서는 노트북에 PPT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신다.
나의 이 공간의 목적은 배 터지게 먹고 술 마시고 케이크 먹고 배가 부를 때까지 또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또 먹는 곳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준비하는 곳인 그런 공간.
나 혼자만 여기서 너무 원초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가.
같은 공간과 시간인데 문득 저 어르신들의 삶과 나의 삶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PPT를 작성하시던 어르신으로부터 그리고 이 공간으로부터 오늘은 배웠다.
독수리 타법으로 원숙하게 영어 문장을 쓰고 수없이 읽고 수정하시던 모습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노력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익혀야 한다는 걸
현재 손에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고 있던 나는
그래서 이코노미 티켓 밖에 가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언젠가는 성공해서 다시 한번 와보리라!
그때는 나도 당당하게 일등석 티켓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이 공간이 부끄럽지 않게
다시 와봐야겠다. 그땐 나도 누군가에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