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No.6 식당-준비되지 않은 자 즐겨라

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3

by Heosee

인생도 완벽하지 않은데 여행도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남자 혼자 푸껫 그리고 끄라비를 다녀오다!


"엄마 엄마 저 아저씨는 부자야?"

문득 짐을 기다리던 꼬마가 부모에게 물어본다.

"그치 아저씨가 3자리를 써서 누워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돈이 없는 핵심을 찔러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아저씨인걸 인정하기 싫은 건지

'착한 꼬마님. 나는 그저 비지니스 대신 이코노미를 탄 힘도 없는 고생 많은 직장인일 뿐이란다~'




PM 11:00

"자 그럼 어디서 타야 하는 걸까? 어느 택시지?"

Bolt라는 앱을 설치했는데 운전기사가 기다린다는 곳이 공항 앞 택시들을 벗어난다.


"이게 맞아? 진짜? 혹시 나를 인신매매?"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1시. 평소에는 깨어있지 않은 시간이라고 사고 회로는 정지되어 있다.

달밤에 무겁디 무거운 캐리어를 둘러메고 땀을 흘리가며 먼가에 홀린 것처럼 공항 주차장을 벗어났다.

'그냥 돈 더주고 아무 택시나 탈 걸~' 떠올리는 순간 저 멀리 Bolt 기사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You?

"You?

"OkOk


AM 06:00

그렇게 숙소에 와서 곯아떨어진 뒤 아침이 밝았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8시

알람울리지 않았지만 업무 시작 시간이면 눈이 절로 떠지는 아저씨

쉬라고 해도 그 시간에 안절부절못하는 게 직장인인가 보다.


회사 동료들은 컴퓨터를 켜고 일하고 있을 평일 아침. 업무 톡들이 띠링띠링 날아다닌다

"얘 또 어디 갔어?"

"허과장 또 어디 간 거야?"

"훗 전 여름휴가입니다. 고생하이소~"


보람차고 뿌듯하면서도 므흣한 카톡을 치고 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직장인의 시간을 벗어나고 싶지만 몸에 밴 습관은 여전히 한국 시간으로 살기 시작한다.

씻지도 않고 슬렁슬렁 내려간다. 이곳에선 나를 알아볼 사람은 없으니까~



조식 뷔페 운영시간 AM 06:30~10:00


남자 아저씨 혼자 그리고 행색은 자다가 그냥 모닝 담배 피우러 나온 후줄근한 모습.

아마 이혼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보일 행색.

오픈을 준비하던 직원이 당황한 듯 달려온다.

"굿모닝, Sir ~ 방 번호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세븐 원 제로"

"세븐.. 원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

"지로요~ 지로~"

오랜만에 안 쓰던 영어 세 글자 내뱉었는데 발이 구린가 보다.


AM 10:00

먹을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아무 준비없이 왔더니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방안에 누워서 뒹구르르..

수영장 앞에 가서 휴대폰 잡고 너비적 너비적~

더우면 한번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다시 흐느적흐느적~

'나 잘 쉬고 있는걸까? 역시 여행 계획을 완벽히 채워와야 했을까?'


잠시 수영장을 다녀왔을 뿐인데 벌써 방은 청소가 되어있다.

오후에나 올 줄 알고 팬티까지 벗어놓고 갔는데 팬티마저 정리되어 있다.

왠지 부끄부끄 민망 해진다...


간간히 날라오는 업무 카톡..

카톡 프로필에 호텔 수영장 사진을 업데이트하고 상태메시지를 뛰웠다. 더 이상은 일과 관련된 카톡 보내지 말란 의미로~

"난 여름휴가 중~"



PM 01:00

그러다가 점심도 먹어야겠고 커피 한잔 할 겸

동네 이쪽저쪽을 돌아다녀 보는데 이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길거리 한복판에 긴 줄이 서있다.

"싸움 구경 났나? 어 무슨 일 있나?

"어랏 식당이네?

그 더운 한낮 여름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동양인, 서양인, 꼬마, 어르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어서 있다.


"맛집인가 보다. 이름이 머야. 넘버식스 NUMBER.6?"

구글 평점도 높은 식당. 허나 등에서는 땀이 주룩주룩.

우선은 아무리 맛있어도 이 시간에 줄 서서는 못 기다리겠다.

푸껫의 맛집은 "에어컨이 있는 집"이 맛집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PM 06:30

점심까지 먹고 숙소 들어와서 한숨 푹 자고 나니 어느새 저녁 6시다.

배는 고프지 않은데 해야 할 일은 밥을 먹는 것 밖에 할 게 없

불현듯 No.6 레스토랑이 생각난다.

"한번 다시 가볼까?"


역시나 저녁에도 긴 줄은 늘어서 있다.

"혼자 들어가서 먹을 수 있을까?

"아냐 아냐 뻘쭘하겠지? 그냥 맥도널드나 갈까?

갈팡질팡 혼자 하고 있을 때 점원이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여기는 2명 커플 Ok, 여기 가족 4명? Ok, 여기는 6명인가요? 6명은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줄 서계시던 할머니께 직원은 말을 건다.

"몇 분이세요?

"나 혼자요

"오 좋아요~


'혼자 이 인기 많은 곳에 들어가서 먹어도 될까? 남들은 다 커플이며 가족인데..

'한국 사람이 보면 어쩌지? 이상하게 쳐다보려나? 친구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그냥 돌아갈까?

수없이 갈팡질팡 하는 나와 달리 쏘 쿨하게 "나"라고 하는 대답하시던 멋진 어르신.

"그래 나도 한번 먹어보자" 하며 줄을 섰다.


30여분 기다린 후 자리에 앉아서

팟타이 쏨땀. 치킨 윙. 그리고 망고 주스까지..

먹지 못하면 싸갈 각오로!



"아 잘 먹었다~ "땡큐 썰~

그렇게 배가 터지게 먹고 나오면서 마지막 인사까지 기분 좋게 건네고 나왔다.


왠지 행복한 이 기분.

음식도 맛있었지만 혼자 용기를 내어서 도전한 사실에 내심 뿌듯했다.

여행에서도 아직도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평가, 누군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이는 나.


준비하지 않고 떠나와서 틀릴까 봐 걱정되고 고생할까 봐 걱정했는데...

여기 와서 겪다 보니 다 어떻게든 되는 게 또 여행이고 일상이란 게 느껴졌다.'


"왜 그렇게 다 완벽하려고만 했을까"

틀려도 되고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던데..

준비되지 않은 자도 즐길 수 있었던 파통 그곳 No.6 식당.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뎌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일러 라운지를 이용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