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도로스! 끄라비 아오낭으로 향하다

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4

by Heosee

까톡카톡

"업무도 맡겨놓고 가더니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

"아닙니다. 별일 없으시죠?"

"그렇지? 정말 혼자 재미있어?

"그저 그렇습니다."


이런 건 머 하러 보내는 건지

어떤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걸까


이제 여행에 적응될 3일째.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남자 혼자 푸껫 그리고 끄라비를 다녀오다!



살까? 말까?

푸껫 & 타일랜드가 쓰인 누가 봐도 관광지 셔츠.

어느 여행지를 간다 해도 저런 셔츠가 눈에 들어온 적은 없는데

"저거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프로필에 올릴까?

혼자 스스로 너무도 잘 놀고 있는 것처럼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다!

아침에 온 카톡에 대놓고 마음 긇힌 직장인 아저씨

소심해서 대꾸는 못하고 "나 잘살아요 나 너무 재미있지롱롱~" 보여주고 걸지도.




"그러고 보니 내일이 끄라비 가는 날이네. 어떻게 가야 하는 거지?"

숙소는 예약하고 왔지만 가는 방법은 찾아오지 않았다.

급하게 인터넷을 뒤적뒤적~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배편을 발견했다.

"남자는 마도로스지! 언제 배를 타고 가보겠어. 버스 보다 시간도 짧고 좋네~

"우선 예약~!


몇 시간 후


친절하게 내일 찾아가야 할 곳까지 사진으로 보내준다.

"Ok. Thanks"

티켓도 QR코드로, 카톡으로 내일 갈 목적지와 위치까지 보내주는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종이 프린터 해서 입장권을 뽑아가던 아저씨의 옛 시절이 새삼 멀게 느껴진다.



떠나는 날 아침도 조식 오픈런

문이 열지 않았는데도 그 앞에 서서 기다린다. 이런 건 이제 부끄럽지도 않다.

아저씨란 것은 그런 것이다.



Ao-Nang으로 향하는 체크인 카운터 No.7

넉넉잡고 배 출발 시간 50분 전에 도착. 아무도 없다.

"너무 일찍 왔나? 조금 기다려 볼까?"


출발 20분 전. 아직도 직원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느새 스스로 줄을 만들어 기다리고 그제야 저 멀리 직원들이 나타난다.

"빨랑빨랑 안와" 아마도 그랬을 누군가가 머릿속에 퍼뜩 생각난다.

문득 기분 잡친다.



예약을 확인하고 직원은 무심하게 "툭"하고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러고 나서는 배를 향해 가라고 한다. "이게 끝인가. 간단하구나"

겁먹을 필요가 없네.


배는 많이 낡았지만 아무 데나 앉아도 되기에 2층에 자리를 잡고 큰 호흡을 시작했다.


"아 맞다 나 뱃멀미 하지"

배를 타서 기름 냄새를 맡고 나니 불현듯 생각났다 내가 뱃멀미가 심하다는 걸.

"무사히 잘 지니 갈 수 있겠지?"

그렇게 두근 거리는 걱정을 안고 배는 출발.


울렁 울렁~꿀렁 꿀렁~

잠을 자다 깨다가 자다가 깬다. 유독 등이 배기는 의자가 편하지 않다.

지독한 기름 냄새가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끄라비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바다 바람이라도 쐬면 멀미가 덜 할까 하고~ 갑판으로 나왔다.

뜨거운 햇살 시원한 바다 바람. 느껴지는 바다 짠내를 맡으며

준비하지 않았지만 나름 어딘가를 잘 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역시 아재는 낭만 마도로스지. 굿 잡이야~"



갑판 끝에서 한무대기의 청년을 빙자한 아재들이 다가온다.

"헤이 브로~ 너랑 사진 찍을 수 있어?"

"나랑?" 심히 당황스러운 이 상황


잘못 들었겠거니 하며 "너 찍어 달라는 거니? 물론이지"

"아니 아니 같이 찍자고~"

"에? 나도?"


첨 보는 아저씨들인데 유쾌한 흥에 "그래" 나도 모르게 수락을 한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스마일"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그저 흥이 난 아재 무리들

나도 그 속에 껴서 파란 햇살과 푸른 바다로 사진 한 장 찍는다.


"와우~ 고마워 프랜드~"

"(언제부터 프랜드가 되었을까?) 어 그래.. "

"친구는 어디서 왔어?"

" (근데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데... 친구 맞나?) 코레아~ 너희는?"

"오 코리아~ 사우스? 노스?"

"물론 사우스지~"

"오오 강남스타일~"


이 언제적 강남 스타일인가.. 너희도 제법 늙었구나. 친구 맞는 거 같다.


"아저씨들은 어디서 왔수까?"

"우리들은 인디아"

"(머 생김새로 알고 있었지만) 오 인도~"


뜨거운 태양 볕 아래, 푸른 바다를 보면서 목적지로 향하는 스티커 하나 붙이고

강남스타일을 아냐고 묻는 이것이야 말로 글로벌한 K-컬처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나도 인도 가수하나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혼자? 어디로 가는 거야?"

"어 나는 끄라비로 가는 중이야. 그곳에서 며칠 지내보려고. 너희는?"

"우리는 라일레이 비치가 목적지야"

"라일레이 비치?"

"엄청 이쁘다고 하더라고. 끄라비에서 멀지 않아. 너도 한번 가보는 게 어때?"

"오 그래야겠다. 좋은 정보 고마워~"


끄라비에서 먼가 또 할 걸 찾아낸듯한 기분 좋은 대화.

어떤 일정을 짜고 온 게 아닌데 막상 또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새로운 보물을 찾아나가는 기분이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대화지만 서로를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에서 주는 특별한 추억이 생긴 기분이다.


"언젠가 나도 인도 가보고 싶긴 하다"

"당연히 환영하지~ 인도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래"

"그래. 너희도 싸우스 코리아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좋은 여행 되길 빈다"

"너도~"


확실하게 친절한 남한 사람이라고 인식시켰으니 국위 선양을 한 셈인가?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성도 모르는 프랜드 들이었네.

서로의 사진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래 본다.

아디오스!


keyword
작가의 이전글No.6 식당-준비되지 않은 자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