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6
후우~ 갈 때 3시간 올 때 3시간.. 머물렀던 시간 3시간..
과연 6시간을 걸려서 다녀올만한 곳이었을까?
남자 아저씨 혼자 "피피섬"에 도전한다.
여행 6일째 Part 1.
계속되는 음주로 속은 이제 엉망이 되어간다.
"크으 역시 해장에는 똠얌꿍이지. 역시 잘하는 맛집이야."
매일매일 들리는 나의 행복 아지트. 패밀리 레스토랑
이제는 해장으로 똠양꿍을 찾는 태국 아저씨의 경지까지 온 걸까?
제법 익숙해져 간다. 끄라비에서 생활이.
" 이 정도는 나에게 주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지 머~"
수영장에서 보이는 산세 뷰가 참 이쁜 나한테는 많이 럭셔리한 4성급 숙소로 옮겼다.
며칠 남지 않은 휴가를 좀 더 기억에 남게 보내고 싶었기에 뒷날 카드 값은...
우선 머릿속에서 잠시 멈춤!
"숙소도 옮겼겠다 그래도 끄라비까지 왔는데 무언가는 해야지!
길거리 어디를 지나 가나 항상 외쳐 되는 "스피드 보트? 피피 아일랜드?"
투어 가이드들의 호객 소리가 오늘은 왠지 끌린다.
그저 심심하기도 한 차에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슬쩍 낚여볼까?
"니하오~ 어서 와요~" 중국 사람 처럼 보였나보다.
"곤니찌와~ 투어 좀 소개 주시겠어요? 피피섬 투어 가려고 하는데"
우선은 쉬운 인상을 보이면 바가지를 쓴다는 내 나름의 여행 철칙! 그러니 예상치 못한 일본어 인사로 투어 아저씨를 당황케 한다.
"아이코 재팬? 반갑습니다."
"내일 출발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배는 스피드 보트도 있고 페리도 있고 몇 명이죠? 두 명? 세명?"
스피드보트 물 튀겨가며 롤러코스터처럼 가는 그 배.
뱃멀미가 심한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옵션이다.
"저 혼자요. 크고 안전한 배는 없어요?"
"페리 있지요. 내일 가서 그럼 언제 돌아올 생각인가요?
"내일 갔다가 내일 돌아올 건데요?"
"정말요? 내일 갔다가 내일 돌아온다고요? 하루나 이틀 머무르지 않고?"
"네"
당일로 돌아오겠다는 나를 영 이해 못 하겠다는 아저씨의 표정.
"OKOK. 예약하시는 거죠?"
"그럽시다 싸게 싸게 부탁드립니다"
내가 먼 잘 못을 한 걸까? 예약을 하면서도 내심 찜찜했다.
"아차! 큰일 났다! 한국에서 챙겨 온 멀미약도 다 떨어졌네."
멀미약 여분이 있을 줄 알고 피피섬 왕복 배편을 예약한 건데
검색 검색 끝에 "세븐 일레븐"에 멀미약!을 판다는 정보를 접수하고 부리나케 사 왔다.
막상 내일을 위한 잠을 청할 때 문득 드는 생각
"비싼 호텔인데.. 그냥에 누워있을걸 그랬나.. "
여행사 아저씨에게 싸게 싸게 해달라고 했더니
숙소에서 꽤 먼 거리의 부두에서 피피섬으로 출발하는 배로 예약해 줬다.
"아침에 호텔로 픽업 오는 거죠?"
"그럼요"
아침 8시. 멀미약을 챙겨 먹었더니 바로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나 보다.
멍~ 하고 그리고 졸린 기운. 잠시 졸았는지 픽업 기사가 와서 어깨를 툭 치며 깨운다. " Sir. 피피 아일랜드?"
나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어쨌든 정신 차려야 한다. 이놈들이 혼자인 나를 어디다가 내팽개치고 가버릴지도 모른다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니~
그렇게 혼미한 정신으로 항구에서 배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 스티커는 피피섬!
9시가 되자 커다란 배는 서서히 출발하고 아직도 멀미약을 이겨내지 못한 저질 체력 아저씨.
가방은 훔쳐가지 못하게 살포시 팔에 두 번 감고 딥 슬립에 처한다..
자면서도 걱정되는 건 하나!못 내릴 걱정보다
"부디 코는 골지 말아야 할 건데.."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배는 12시가 다되어서 피피섬에 도착했다.
"와 이게 피피섬이구나!"
섬에 내려서는 그 순간 무언지 모를 두근거림이 쎄게 온다.
"자 돈 내요 돈 내요"
섬에는 들어가는 입장료 "20밧"을 내야 했다.
두리번거리느라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미그적미그적 거렸더니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길게 만든다.
돈을 꺼내야 하는 내 마음도 손길도 급해진다.
"빨리빨리~ 이리로 이리로~"
우당당탕! 우당당탕!
지하철에서 표를 넣던 은색 게이트를 지나 피피섬으로 들어왔다. 심장은 두근두근두근. 어릴 적 롯데월드 입구 앞에 줄 서 있던 어린 소년의 마음이다.
이곳은 꿈과 희망의 나라가 아닐까?
만화 원피스!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
내리자마자 서양 사람 가득한 길거리와 이국적인 풍경이 어제오늘 보던 어떤 태국의 모습과도
달랐다.
어제도 뜨거운 태양이었지만 이곳은 더 뜨거워 보이고 모두들 신이 나 보이는..
넘실대는 바다의 색깔은 에매랄드 물결과 더 진한 파란빛으로 어우러져 있고
루피처럼 밀짚모자 하나 쓰고 탐험하고 싶은 그런 곳.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낯설고 설레는 신비한 느낌.
"돌아가는 배는 적어도 30분 전 까지는 항구에 도착해 주세요~"
끄라비로 돌아갈 배편의 시간이 오후 3시 30분
30분을 빼고 나니 항구에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시간은 오후 3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딱 12시, 1시, 2시 오로지 3시간뿐이다.
"머 섬하나 보는데 얼마나 걸리겠어?"란 생각으로 왔는데
잠시 내려서 서 있는 것만으로 "오늘 밤만이라도 여기에 머무르고 싶다. 투어 아저씨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
라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모두들 캐리어를 이고 지고 싸고 온 이유가 있는 섬.
그곳이 피피섬이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