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7
후우~ 갈 때 3시간 올 때 3시간.. 머물렀던 시간 3시간..
과연 6시간을 걸려서 다녀올만한 곳이었을까
남자 아저씨 혼자 "피피섬"에 도전한다.
여행 6일째 Part 2.
따딴따 딴따~ 도전 99초! 아니 도전 3시간!
나에게 주어진 3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란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은 더우니까 에어컨이 나오는 커피숍으로 이동!
"급할수록 문명의 이기를 쐬면서 생각하는 게 최고지!"
"여기요 땡모반이요" 수박 주스 한잔 하며 보는 모든 풍경이 액자 속에 사진 같다.
"크으~그냥 여기 앉아서 멍이나 때릴까?"
"View Point! 전망대가 있구나~"
"전망대 정복해 볼까? 포인트가 3군대라고 하니 그럼 다 올라가 볼까? 그 정도쯤이야~"
찾아본 블로그에는 임산부도 전망대 1과 2까지는 무리 없다고 하니~ 빠르게 완등하고 그 이후롤
고민해 보도록 한다.
"출발 도전 3시간!"
섬 안에 있는 길들은 아주 작은 골목길로 이어져있다. 아기자기하고 좁은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갈 때 멋들어진 감성이 느껴진다. "마치 엘도라도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노란 페인트로 이어진 길과 그 사이로 내리쬐는 자유로웠던 햇살이 골목 구석을 신비롭게 만들어준다.
골목골목 돌아 미로를 찾아 탐험하는 기분과 건물 사이의 작은 상점들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이곳.
항구에서 조금 걸었을 뿐인데 전혀 딴 세상인 것 같다.
"이것이 정녕 계단이옵니까!"
전망대니까 산을 올라가는 길을 예상은 했지만 계단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올라가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저 멀리 누가 내려오길래 물어본다.
" 이 길이 전망대로 가는 길 맞아요?"
" 맞아!"
"맞는구나.. 휴.. 많이 남았을까요?"
"힘을 내! 넌 할 수 있어!"
"아냐 너무 많이 남았어. 돌아가는 게 더 쉬울 거야" 란 답을 원했던 걸까?
전망대를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은 항상 그때의 가장 필요한 응원을 해준다.
끝이 안 보이는 계단들을 지나다 보니 앞에서 헉헉 되는 한 남자가 보인다.
"훗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지나가면서 한마디 해본다
"다 왔어 자! 힘을 내~ 먼저 갑니다~"
"고마워!~"
그렇게 도착한 뷰포인트. 입장료를 내고 피피섬의 전경을 쳐다본다.
"와~ 이게 무슨 바다의 색깔인가.. 올라온 보람이 있네"
임산부도 힘들지 않다고 하던데 나는 왜 힘들지란 들지만 저질 체력을 인정한다..
"이게 에매랄드 바다구나"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얼래 여긴 뷰포인트 1이네
그럼 뷰포인트 2는 어디 있는 거지"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팻발이 300m 보였다.
여기서부터 10분이라고 쓰여있는데..
"팻말이 미덥지가 않은데.. 정말 10분일까. 올라가 봐야 똑같지 않을까?
... 여기까지 왔으니 올라가긴 해야지~"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응원을 건넸던 아까 봤던 한 남자가 서있다.
어느새 올라온 거지 내 앞을 가고 있을 줄은...
오늘은 심히 사회관계성이 발달된 날인가 나도 모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
"아까 우리 마주쳤었는데~"
"그래 맞아."
"혼자 올라온 거야?"
"너도?"
"전망대 2까지 가는 길이지? 함께 갈까?"
"좋아~"
우리는 힘든 등산길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와 난 올라오다가 포기하려 했는데.. 운동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마찬가지야 나도. 다음 전망대까지 가는 걸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어"
"사람은 다 같은가 보다. 난 한국에서 왔어"
"나는 콜롬비아. 휴가 중이야."
"피피섬에 너도 혼자 온 거니?"
"아니 난 친구들이랑 , 친구들은 리조트에 있겠다고 해서 혼자 올라왔어"
멋쩍어서 급히 화제를 돌린다.
"저기다 저기인가 보다 뷰포인트 2"
"그러네 다 왔다!"
뚜렷하게 두 개의 서로 다른 반달 모양의 바다 앞에 나는 할 말을 잃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가운데 육지를 기준으로 서로 다른 세계인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과 시간. 파란 바람과 눈부신 하늘.
잊히지 않는 풍경.
"와~ 여기 진짜 멋있다"
"우리 올라오길 잘했다"
잠시 동안 이 콜롬비아 친구와도 전우애가 싹튼 듯하다.
"콜럼비아에서 피피섬에 오게 된 이유는 머야?" 문득 궁금했던 나는 물어봤다.
"항공 정비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싱가포르를 들렸다 멋진 풍경이 있다는 말에 친구들과 함께 왔어"
"그렇구나. 한국에도 이런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이 있는데 추천해주고 싶다."
"오 그게 어딘데?"
"남산. 날씨 맑은 날 올라가게 되면 멋진 도시 풍경을 볼 수 있을 거야. 계단이 많은 것도 비슷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에도 가봐야겠다."
'남산과 피피섬 동급 비교는 너무 한가?'라고 속으로는 뜨끔 하면서도 K-풍경 또한 자랑해 본다.
"언젠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와서 보길 바래"
피피섬까지 혼자 왔다는 내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기는 등산 동반자.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메일 주소를 주고받고 쿨하게 "언젠가는 또 보자"는 인사로
마무리했다.
"시간 정말 빠르게 간다. 이제 한 시간 뒤면 돌아가야 되는구나."
전망대까지 오르고 내려왔을 뿐인 데니 2시간이 훌쩍 지나고 남은 한 시간.
애매랄드 바다 모래사장을 조금 걷기로 했다.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지만 옷도 그리고 돌아갈
거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
왜 당일 치기로 갔다 오냐고 묻던 투어 아저씨의 말을 이제야 깨닫는다.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그리고 머무른 3시간.
왕복 뱃삯에 배 멀미에 다른 태국 지역보다 높은 물가..
머릿속으로는 당일치기 라면
그 돈으로 그 시간으로 더 좋은 선택지를 찾아 여행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지만
그곳에 그냥 발을 내디뎌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피피섬.
후회보다는 오히려 오래 머물지 못한 아쉬움으로 마무리해 본다.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은 그런 풍경.
다음에는 캐리어를 이고 지고 다시금 찾아오리라 다짐한다.
-갈 때 3시간 - 올 때 3시간 + 머무름 3시간 = 그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