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레이 비치 탐험기 - 신들이 사는 세상

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8

by Heosee


"거기는 꼭꼭 가보세요!"

"그렇게 좋아요?"

"신이 있다면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을까요? 신이 사는 세상 같더라고요."

누군가가 꼭 가보라고 했던 곳

인도 친구들이 또 만나자고 했던 그곳.

라일레이 비치.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여행 마지막 날. 오늘은 꼭 가보기로 결심하고 길을 나선다.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남자 아저씨 혼자 끄라비에 도착하다!

여행 6일째.





"롱테일 보트 서비스~"

오늘도 길거리의 투어 아저씨들은 목청 높여 호객을 한다.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보네?"

배 멀미가 싫어서 열심히 찾아보지만 라일레이 비치는 롱 보트를 타고 가야만 하나보다.

배 타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선착장은 따로 없어서 해안 근처 바다에서 타

내리기에 젖을 수 있는 신발. 반바지는 필수!


우리네 통통배처럼 생긴 롱 보트

시간은 정해진 바 없으나 10명 정도가 모여야만 떠난다고 하니

우선은 배표를 살 수 있는 티켓 부스로 가봤다.



"라일레이 가는 배인가요?"

"네 그럼요 몇 명?"

"한 명이요~"

"그럼 여기 기다려요~"


표를 끊고 돌아 섰을 땐 누구든 오기를 오매불망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8명의 무리가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건지 몰라도 꽤 기다린 듯한데.

"Hi."

"Welcoming"

아침부터 누군가한테 이렇게 쓰임 있는 존재가 될 줄 몰랐는데..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 일인 건가..

"자 갑시다."

"오예~" 기다렸던 사람들은 웃음을 지으며 일어난다.


앞바다로 걸어 갈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썽태우에 사람들을 태운다.

그렇게 잠시 뒤 배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닌 곳에 내려준다.


"자 이길 따라가다 보면 저기 저기 배가 보이죠? 거기까지 걸어가는 겁니다."

다들 알고 왔는지 주섬주섬 바지를 걷고 신발을 벗는다.

나는 가져온 슬리퍼가 찢어지는 바람에 긴급하게 챙겨 온 비닐봉지에 운동화를 넣고

바다를 해쳐서 나아갔다.




쉽게 봤는데 생각보다 점점 더 깊어지는 바닷물.

"어 나는 벌써 무릎 위까지 물이 올라온다. 으 바지도 이러다 엉덩이까지 젖겠어."

허나 유럽피플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긴 기럭지로 편안하게 보트에 올라탄다.

"으 다 젖었다~"

혼자서 오두방정을 떨었더니.. 살짝 머쓱했다.




그렇게 롱보트를 타고 가기를 10여분.

도착한 곳도 내리는 선착장은 없어서 배가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바다 한가운데 내려준다.

"다 왔습니다 내리세요"

신발을 사수하기 위해 맨발로 뛰어내렸더니 모래로 뒤덮인 발이 못내 거슬거린다.


'어디 수돗가 없나? 발 씻고싶은데...'란 생각을 하다가 둘러본 이곳의 풍경

"와!"

외마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제 봤던 피피섬의 풍경과도 닮은 듯 다른 듯 한..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해변의 모래. 그리고 파란 바다와 암석.

"아 저런 암석 산이 중간에 있으니까 길을 낼 수가 없나 보다."

그래도 언젠가는 암석을 뚫고 길을 내는 사람들이 나오겠지?



준비해 갔던 물티슈로 발을 닦고 프라낭 비치로 떠나본다.

프라낭 비치는 이곳에서 한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데 가는 길들을 어쩜 그렇게 블로그들이 잘 설명

해놨던지 이런 여행 블로그들 없었으면 얼마나 또 헤매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해안가길을 따라 또 상점이 즐비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암석이 드리워진 길에 도착하게 되고

프라낭 비치에 도착하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곳처럼

잠시 걸었을 뿐인데 원시림 어느 바닷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흥겹게 암벽 타기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저 끝까지 걸어가 볼까?

절로 걷고 싶어지는 해변을 신발이 젖지 않게 최선을 다해 걷고 있을 때쯤...

예상치 못하게 파도가 길 끝까지 몰려왔다


"악!"

아주 재빠르게 피한다고 피했는데 이런 둔한 몸의 결과는 발목까지 파도에 담가지고 말았다.

바닷물을 한껏 먹은 운동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있는 날 보며

지나가던 유럽 아저씨가 웃으며 한마디 한다

"너는 신발을 벗었어야만 해!! 굿 럭!!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걸까.. 한판 뜨까..


그냥 손에 들고 다닐걸..

그저 발에 모래 다시 묻히기 싫어서 신발을 벗지 않았던 건데..

하나도 잃지 않겠다는 욕심이 결국엔 모두를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왕 젖은 거 그럼 모래사장에 앉아서 쉬자"

가져온 돗자리도 없고 운동화에는 끝도 없이 물이 나오지만 오히려 홀가분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내가 지켜야 하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돈. 옷.

잘 찍어야 하는 사진. 많이 봐야 하는 욕심.


"이거 봐요. 해변은 이렇게 즐기는 거예요"라는 듯

몸소 보여주시는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난다.

아마 저 꼬마처럼 나도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최소한의 만족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다음번에는 나도 돗자리 하나 깔고 앉아서 그저 먼바다 보며 여유를 즐겨야 하겠지?"

아름다웠던 풍경만큼 아등바등 욕심 덩어리인 나를 알게 해 준 라일레이 비치. 프라낭 비치

이곳에서 봤던 바다와 섬.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와 행복.

아마도 신들이 사는 곳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행복한 시간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다시 그때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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