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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화려한 불꽃 청년, 키친 고담

틀려도 됩디다.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더라고요 - 푸껫, 끄라비 9

by Heosee

틀려도 아무 상관없었던, 아저씨 혼자 여행해도 괜찮았던

남자 아저씨 혼자 끄라비 여행 마무리하다.

여행 마지막 날 밤.





라일레이 비치를 다녀와서 샤워하고 푹 한숨 자고 났더니..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이번 여행 마지막 저녁인데.. 이렇게 마무리 하긴 아쉽지. 먼가 기분을 내볼까?"

마지막이란 단어에 집착해서 그렇게 시작된 호기는 "레스토랑 고담"

으로 결론지었다.


"맛집이라는데 가보자!"


매번 웨이팅이 많은 곳이라고 해서 혼자 기다리는 것에 선뜻 용기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 마지막이란 단어에 용기를 내본다.

"그래도 해가 떠있을 때 가면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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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한 명인데 자리 있을까요?"

다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온 듯한데 못내 이런 데는 혼자 올 자리가 아닌 거 같아 아저씨는 주눅이 든다.

"그럼요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끄라비 와서 계속된 맥주 음료로 인해 숙취는 계속 쌓였기에 뜨끈한 국물이 떙겼다.

그리고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이곳에 있다는 걸 느끼고 싶은 맘에

가장 익숙한 메뉴들을 시켰다.


"똠냥꿍 하고 갈릭 버터 새우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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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칼칼하다"

이제는 익숙할 법한 똠냥꿍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매콤한 게~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해 준다.

"진작에 와서 먹을 걸.. 누가 혼자 온걸 쳐다본다고.. 이렇게 맛있는 집을 외면했을까

이렇게 먹는 것도 마지막. 언젠가 또 와서 먹을 수 있겠지?"


나한테는 고급지면서 유명하고 붐비는 레스토랑에

용기 내 한 끼 한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끄라비 해변을 따라 걸었다.

바람도 좋고 여유로운 느낌도 좋고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걸까?

그래도 집에 가서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하얀 쌀밥과 콩나물 무침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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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 해질 때쯤 해변에는 항상 불꽃쇼를 하고 있던데.. "기회가 된다면 오늘은 볼 수 있으려나?"

사람들이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앉는다.

"곧 쇼가 시작됩니다~"

"오 시간을 우연찮게 맞출 수 있었네.

마지막 날밤인데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매일 비슷한 시간에 무료 공연을 하던 저 불꽃 청년들.

공연을 하기 전부터 연습 삼매경이다.

다들 저렇게도 열심히 연습하는구나.


기름을 붓고 슬슬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현란하게 드리블하는 불 막대들.. 폭죽들..

보면서도 아찔아찔한데 저걸 매일 하는 저 청년들의 모습에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매일매일 위험에 자신을 노출해 가며 돈을 벌고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나보다 더 대단하지 않을까 하면서

누구보다도 화려한데 슬픈 불꽃이라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한 애린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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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꽃 청년들의 공연을 보고 나서 Tip 박스에 가지고 있던 잔돈을 넣어주고 가열차게 일어났다.

막상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또 보고 나니 돌아가서도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세상엔 어느 누가 높고 낮은 사람의 등급이 있겠냐만은

매번 돈으로 결정되는 세상 앞에 , 조건으로 결정되는 세상 앞에 주눅 들어 있었는데

저 불꽃쇼 앞에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매일 불 들고 설쳐야 하는 불꽃 청년의 삶을 살았다면

과연 버티면서 살아낼 수 있을까?"


저렇게 열심히 살 거 아니면 저렇게 노력할 거 아니면 불평은 하지 말자고..

그저 부장의 잔소리가 귀에 피가 나게 박히더라도 버텨야 하는 일상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고..

며칠이나 가겠냐만은 또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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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바다를 안주 삼아 마지막 맥주 한잔으로 세월의 한잔을 때려 넣고 돌아가는 길..

"이곳도 마지막이구나.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언젠가 또 오고 싶네"


오늘도 길거리의 마지막 호객 행위를 당한다.

"니하오 니치 팔러 마?"

"시푸드 타이푸드 굿굿! 루프탑 레스토랑트!"

.

.

.

이 사람들이!

끝까지 중국인 취급이네 야 인마 나 한국인이야! 에잉! 다시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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