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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Apr 09. 2024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허씨(Heosee) 여행 Episode 0.  서울 in 대한민국

"허씨(Heosee)는 무엇 때문에 여행하고자 했을까?"




[1년 전]

2023년 3월

진! 급! 올해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만 하면서 곱게 살아왔는데

한 해 두 해 늦다 보니 제 때 하지 못한

나는 그저 잊혀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입사 15년 되던 해

드디어 15년이 되었으니 늦었지만 보란 듯이

진급을 하고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꿈꿔 왔었다.   


유럽 어디를 갈까 검색해 보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

모아둔 항공 마일리지로 유럽 비행기 예약을

'파팍' 하고 했으나..

얼래..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기운이 빠진 채로 유럽행 표를 취소했다.

위약금 내는 것에 더 속이 상한다.


일부 환불받은 돈을 가지고 갈 곳을 찾아보다

손이 가는 대로 예약을 했다.  길게 경제적으로

싼 마이로 혼자 갈 수 있을 만한 곳으로..

그저 베트남!




대부분 사람들은 묻는다

회사사람들 : 혼자 여행 가면 머 해? 재미없지 않아?

허씨(Heosee) :  글쎄요.  관광지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카페서 커피도 마시는데..

재미없을 것 같은데,  동행을 구해서 가거나 아님 가지 마. 이왕이면 연애나 하고..

그래야 할까요?....   


먼가 뚜렷하게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원기옥처럼 쌓아두었던 연장근무 가를

쓰면서 보란 듯 반항하고 싶기도 했고, 기대했던 맘도 실망했던 맘도 내려놓고 야 했다.




그러나 컨트롤되지 않는 깊은 빡침 상태가 계속되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너님보다 잘 산다는 걸 보여주자.

이런 건 별거 아니라고. 이봐!

치밀한 동선을 위해 30분 단위의 계획을 만들고. 

가볼 곳과 먹을 곳 그리고 어떤 교통수단을 탈 건지, 교통 요금이 얼마인지.  

이번에는 인생에서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모든 정답을 다 적어놓고 완벽하게 수행하리라'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은지 걸까

말하고 싶은 거였을까..   

"3년 진급 떨어진 루저"가 아니라고,  

"머든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그런 욕심들이 과한 나날들로 계획은 점점 복잡해지고 피곤해져만 갔다.


결국 완성하지 못한 여행 스케줄


전체적인 틀을 잡고 계획하고 변경하고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 호텔을 결제했다 취소하고,

맛집을 선택하고 수도 없이 엑셀에 쓰고 지웠다.


온갖 쌩 난리를 치고 출발 하루 전까지도 나는 계획을 완성하지 못했다. 정답을 찾지 못한 느낌이었다.


'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여행일까, 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이윽고 15페이지가 넘어가던 엑셀 여행 스케줄

완성하지 못했으나 저장하고 출력하는 순간

 딱 단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 이제 할 만큼 했다. 우선은 떠나보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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