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osee Jan 30. 2024

하노이 86번 버스 기다리다 만난 싱가폴 사람

허씨(Heosee) 여행 Episode 5. 하노이 in 베트남

"허씨(Heosee) 여행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어느새 훌쩍 열흘이 지나가버리고 약 10일 여행의 마지막 도시 - 수도 하노이

허씨(Heosee)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지만 막상 또 뭘 하자니 귀찮았다.

이젠 베트남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익숙함

그래서 이곳에서 한 일이라고는 1일 1번 롯데마트 망고 젤리 사러 가기.

그냥 커피 한잔 하며 사람 구경하기 전부였다.


호안끼엠에서 그저 사람 구경.




여행 마지막 날, 돌아가야 된다는

그 아쉬움과 헛헛함 사이의 기분을 채우려 마지막 한 끼는 유명 분짜 맛집, 호불호가 있다는

무려 미슐랭이라는 Bun Cha Dac Kim으로 향했다.


허씨(Heosee)의 주관적인 평가

호 : 미슐랭(?), 맛은 무난. 양이 많음.  

불호 :  콤보 메뉴 (12만 동) 주문 가능. 친절하지는 않음. 길거리라 위생이 그닷.

총평 : 근처 있으면 간다.  굳이 찾아가는 건 다른 분짜집도 많다.

 

분짜 맛집! Bun Cha Dac Kim
그저 세트! 양은 거진 2인분!`


그렇게 마지막 한 끼를 양으로 승부하고 난 뒤 노이바이 공항으로 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편하게 그랩 (or 택시)를 불러서 갈 수도 있었지만 한국돈 2만 원을 아껴야 한다는

일념으로 86번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세찬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은 캐리어를 끌고 힘들게 힘들게 버스정류장까지 도착한 지지리 궁상 허씨(Heosee).   한 20여분쯤 지나고

앉아 있던 낯선 누군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건다.




남자 :  베트남어 베트남어~

허씨 : (이젠 설명하기도 지친다 ~

정말 베트남사람처럼 보이는 건가... 찐 많이 당황) 아임 코리안.

(짐짓 당황) 공항버스 기다리는 중이니?

86번? 맞아.

얼마나 기다렸어?

메이비 30분쯤




남자 : 고마워! 하노이 공항으로 아내를 마중 나가러 가는 길인데 혹시나 버스를 놓쳤을까 봐.

허씨(Heosee) :  그랬구나. 하노이에선 공항버스가 잘 오지 않는가 보네?

(개 당황) 나도 잘 몰라. 난 싱가포르 사람이야!

(베트남사람처럼 생겼는데~) 아 그렇구나.  


잠시 어색한 침묵.

서로를 베트남 사람으로 생각한 상황 ..  그저 둘 다 웃어버리고  베트남 수도에서 한국 사람과 싱가포르 사람이 그렇게 만나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공항버스 86번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허씨(Heosee) :  하노이엔 무슨 일로? 일하고 있는 거니?

아내 마중 가는 싱가폴인 : (당당하게)  아니 어제부터 혼자 여행 중이야.

(어랏) 어? 와이프를 마중 가는 게 그럼..

(천진난만하게) 와이프는 일하다 늦게 오기로 했어.

(둘이 싸운 건가.. 내가 솔로라 이해 못 하는 건가...)


쿨한 싱가폴인 : 싱가포르에는 와 봤니?

허씨(Heosee) :  물론이지. 센토사 섬부터 호커 센터까지, 맛있는 거 많고 즐거운 도시였어.

나도 한국에 가보고 싶다. 베트남보다는 깨끗하지?

그럼. 물가는 베트남이 더 싸지만 한국도 매력적인 곳이야


혼자 여행을 하는 건 비슷했지만 서로의 상황이 신기했던 둘은 버스 기다리는 단 20분 동안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 모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화 주제는 이곳에 살지 않는 한국인과 싱가포르 인의 하노이 관광 팁, 하노이의 맛집 공유,

하노이의 관광의 문제점. 그리고 여전히 오지 않는 공항버스였다.

베트남 사람들도 아닌 사람들이 하노이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니.. ㅋ


약 1시간여 만에 드디어 도착한 86번 버스.

싱가폴인 : 봐! 진짜 드디어 버스가 온다.

나이스 토크였어. 조심히 한국 돌아가길 바래.  

허씨(Heosee) : 이곳에서 즐거운 여행 되기를 바래. Bun Cha Dac Kim 도 시간되면 들려봐~


그렇게 주황색 86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공항

짐을 다 부치고 나서는 한숨 돌릴 여유도 생겼다.


끝나지만 않을 것 같던

약 10일간의 베트남을 여행이 끝났다. 돌아가는 수속을 마치고 나니 허탈함도 들고 별 탈 없어 다행이다란 안도감도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일에 위로받고 웃었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다가 좋기도 했다가 결국에는 엄마 밥이 생각나는 이 타국 공항에서 '풉' 허탈한 웃음이 난다.


 그러다 문득 허씨(Heosee)는 되뇌어 본다.

"여행은 사람이다"


여행이란

그곳에 사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역사와 현재를 느껴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맛집을 가보고 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한편으로는 낯선 곳에서 어떤 누군가를 만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화하고 공감한다.  


"어랏 여행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네"


허씨의 이번 여행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났다.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매일 보던 나의 사람들을 못 보는 외로움도 있었다.


긴 여행 동안에는 즐거움, 외로움  그 모든 감정 또한 사람 사이의 일인 것과

모든 날이 여행이 아니기에 다시 돌아갈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해본 허씨(Heosee)

직장 생활도 가족도 여행도 모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선 깨달아 본다.


"나의 일상의 중심에도 여행에도 항상 사람이 있었다"





이전 04화 외딴섬 아재 홀로 빡시게 여행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