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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가는 비즈니스 기차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16. 부다페스트 in 헝가리

by Heosee

"코로나 24와 함께했던 부다페스트를 떠난다"

"다음 프라하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게 짬뽕이 먹고 싶었어요! - Travelog 12. 부다페스트 in 헝가리 뒷 이야기)


헤오(Heo) : 얼라 기차에도 비즈니스 좌석이 있네?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로 가는 레지오젯 기차


1등석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기차 비즈니스 좌석이 있다니

애써 살펴보니 같은 말인가 보다. 많이 비싸지 않은 좌석이기에.

기차 안에서 글을 써보는 낭만을 생각하면서 허세를 예매한다.




며칠 동안 코로나 24를 겪다가 짬뽕 한 그릇 먹고 부다페스트는 떠나게 되었다.

마지막 여정지 프라하로 가는 기차. 나름 큰맘 먹고 비즈니스 좌석을 예매해 두었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도 비즈니스, 기차도 비즈니스를 누려보는 여행.

혼자라 외롭지만 있어 보이게~ 여행하는 불혹 아저씨.


기차를 타기 위해 Kelenföld 역으로 향했다.

헤오: 짐 챙겨 부리나케 나왔더니 아침을 못 먹었구나.

아주 조금 남은 헝가리 돈 포린트를 다 쓰기도 해야 되는데..

사람들이 줄 서 있던 지하철 피자집으로 가서 치이즈 피자 한쪽을 주문했다.

허겁지겁 허겁지겁 꺼내서 먹는데... 애처로운 듯 사람들이 바라본다.

헤오: 난 비즈니스 좌석을 예매한 사람이라고~ 부끄러 말자.

비싼 좌석을 예매한 사람치고 콜라도 아까워 못 사 먹는 궁색한 아저씨.


이윽고 기차가 도착했다.


비즈니스 좌석을 예매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캐리어 수화물 즉 "짐"이었다.

기차 안 묶어두지 않은 캐리어를 들고 튄다는 어마 무시무시한 유럽 괴담.

"어랏 비즈니스 좌석은 짐을 머리 위에 올릴 수 있으니 안심하고 갈 수 있겠네" 싶었다.


그렇게 예매한 2호실은 22번~24번의 좌석 4개와 짐과 동행할 수 있는 방으로 된 구조였다.

다만 내돈내산 역방향은 멀미와 좌절감을 선사하기에

피하려고 엄청 노력했지만 .. 2호실 22번. 그저 50대 50의 찍기가 잘 맞기를 바랄 뿐이었다.



기차 승무원 : 똑똑똑 환영합니다. 우선 여기 물 있습니다. 더 필요하신 거 있을까요?

헤오 : 네 웰컴 드렁크가 있나요? 샴페인은요?

아직 비즈니스 놀이에서 끝나지 않은 나는 샴페인부터 찾았다.

기차 승무원 : 네. 샴페인 알겠습니다. 다른 메뉴는 좌석 테이블에 있습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각 자리마다 전기 콘센트도 있고 창가 쪽 좌석에는 접이식 테이블도 있다.

기차 승무원 : 여기 샴페인 있습니다. 다른 거 필요하신 게 있나요?

헤오: 따뜻한 라테도 한잔 부탁드릴게요. 공짜죠?

기차 승무원 : 네 비즈니스 좌석은 커피는 무료입니다.

역시 비즈니스는 기차건 비행기건 대접이 좋다.


샴페인도 왔고 테이블도 폈고 무엇보다도 4인실인데.. 기차가 출발했지만 아무도 안 온다!


어릴 적 봤던 "비포 선라이즈"

남과 여가 기차에서 운명처럼 만나 금세 사랑에 불타오르는..

그런 로맨스 기차 여행을 아주 금 내심 기대했었는데

4인실을 독차지 한거 보면 그저 혼자살 팔자인가 보다.

헤오: 독거 아저씨인가...



샴페인 한잔 따르고 휴대폰은 거치대에 올려놓고 가져간 휴대용 자판을 펼친다.

기차 안에 감성을 담아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휴대폰에 적어 본다. 기억이란 금세 지나면 잊기 마련. 그저 일기 쓰듯이 나와의 대화하듯이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술김에 적어본다.


똑똑똑~

기차 승무원 : 여기 따듯한 라테입니다. 영수증도 함께 드릴게요.

헤오: 에? 공짜라고 하지 않았나요? (돈 내는 건가.. 그럼 안 먹을걸... 일리 커피 비쌀 건데..)

걱정하면서 받아 든 영수증에는 0이라고 적혀 있다. 그럴 거면 왜 주는 건데..


놀랬던 가슴 부여잡고

그렇게 글을 적어가다 창밖 풍경 한 번보다 노래 한번 듣다. 잠시 낮잠도 잤다가 멍도 때리다가..

기차는 비행기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 지루하기도 하지만 여행하는 동안 스케줄에 쫓겨

급했던 마음이 이 시간만큼은 강제적으로 여유롭게 느껴지는 공간.


내리기 전에 마지막은 달달한 케이크 하나 시켜서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 "아재여행" 최신 영상 한번 틀어놓고 여유를 즐겨본다.

헤오: 비즈니스는 좋은 거네.


프라하까지는 대략 7시간. 이윽고 기차는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겨

나와 캐리어를 적들로부터 보호하고 이곳, 프라하에 무사히 내려준다.



P.S : 중간쯤부터 어르신 3분이 타서 만석으로 변한 비즈니스 2호실.

헤오: 그냥 2등석 타고 올걸 그랬나.. 비포 선라이즈는 아니 로맨스는 2등석에서 생기는 거였나.

독거노인은 안 돼야 될 텐데. 프라하에서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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