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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낭만이란..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17. 프라하 in 체코

by Heosee

"특별하지 않다. 그리고 너무 잘하지 않는다"

근데 뭉클했다. 이게 프라하의 낭만인 걸까?





오늘의 숙소는 하얏트 호텔의 체인인 Lindner Hotel Prague Castle

여행의 마지막 숙소이기에 가지고 있는 온갖 재화를 다 쏟아부었다.

더블 베드지만 혼자인 게 외롭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과분한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는 무작정 페트린 타워로 향했다.

프라하에서는 족발인 꼴레뇨 먹는 것 말고 딱히 계획을 정하진 않았기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갔다.


프라하의 낭만 1. 버스킹 소녀.

역시 타워란 건 산 꼭대기에 있기 마련이다.

기어코 씩씩대면서 올라간 그곳에는 오늘 하루 프라하의 낭만이 있었다.

헤오(Heo) : 헥헥 이놈의 저질 체력. 어랏 저기 카페는 못 참지.

가쁜 숨을 달래려 음료 한잔을 시켜 놓고 앉아있는데

저 멀리 귀에 들려오는 노랫소리.


프라하의 낭만 1.

헤오 : 이 산꼭대기까지 스피커를 들고 온 거야? 와..

'커다란 스피커를 산 꼭대기까지 어떻게 옮겨온 걸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먼저 떠오르는

'저걸 들고 오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노래하는 것도, 사는 것도 쉽지 않네'


시원한 산 바람에 땀을 식히고 그리고 목 한번 축이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슬픈데 씩씩하고 주변 누구도 없지만 꽉 채운 듯한 목소리. 오늘 하루를 멋지게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헤오: 그래 위로된다 오늘 하루!

오늘 하루의 프라하의 보상을 이곳에서 다 받는 듯한 느낌.




프라하의 낭만 2. 이름 모를 할아버지 밴드.

제일 먼저 보고 싶었던 건 아니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카를교였다.

프라하를 다녀온 사람들의 모든 사진이 집중되어 있는 곳

스파이더맨 파 프럼 홈 영화에도 나오는 카를교.

언젠가부터 항상 가고 싶었던 다리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막상 가보면 벌거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지만.

산과 탑을 오르고 나서 체력도 떨어졌는데 막상 또 걸어가려니까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헤오: 카를교의 야경을 보면 뭔가를 또 깨우치지 않을까? 움직여 봅시다!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다리 위에선..

복잡하지만 또 혼자 외로운 그런 하루. 그저 시간이 나를 여기 데려다 준건지

다시 돌아갈 날이 가까워 오니 잊었던 직장 세계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헤오 :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건지...


뒤숭숭하고 섭섭해하며 허망해하던 내게 또 하나의 멋진 음악이 저 멀리서 들려온다.



프라하의 낭만 2.

깔나게 잘하진 않는다.

특별하게 잘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뭉클했다. 오랜 세월을 갈고닦아 온 윤이 나는 목소리와 표정.


노래 가사의 뜻도 음악의 장르도 모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선율과 가사가 들릴 때 나에겐

"그렇게 왜 멍하게 서있느냐고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즐겁지 아니한가"

그리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세상 행복하게 노래하고 연주하던 할아버지 악사들.

몇 분 동안 서서 보면서 오늘 하루가 바뀌어갔다

내게 쉼 없이 노력하라고 즐기라고~ 그리고 행복하라고.

모르는 언어로 어떠한 내용인지도 모르겠지만 잠시 나에게 주어졌던 시간.

이게 프라하의 주는 낭만. 마법의 카를교에서 만난 작은 행복이었다.


헤오 : 돌아가서는 돌아가서 걱정하자. 지금은 프라하의 낭만을 최선을 다해 즐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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