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9. 희망 찬가
헤오 : 그래. 그냥 잘하려고 하지 말까?
아직 그대로인가? 3년이나 이 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아직 그렇게 미숙하면 안 되겠지? 진급도 했으면서 노력 부족인가.
헤오 : 네 죄송합니다.
서슬이 퍼런, 날 선 단어들을 아직은 피해내지도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다른 일 하느라 익히고 배울 시간은 부족했잖아요!"라고 목 끝까지 울컥하지만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는 말은 변명으로 묻힌다.
그렇게 맞이한 한 해의 마지막 날.
내게는 그냥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하루인 것 같은데
세상은 내일부터 다른 연도를 쓰고 새로운 해라고 정해놨다. 새로운 시작을 마치 해야 할 것 같은..
(벨렐렐레~~)
헤오 : 여보세요
이전팀 동료 : 헤오야. 올 한 해 수고 많았다. 고생했어.
헤오 : (울컥 )네 형도요. 고생하셨어요.
이전팀 동료 : 얼굴이 많이 안 돼 보이더라. 힘들겠지만 기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 가득할 거야.
내년에 얼굴 보고 밥 먹자!.
헤오 : (울컥x2) 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깨똑깨똑)
현재팀 동료: 정말 맘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나아지시길요~
헤오 : (울컥) 네 감사합니다. 항상 도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깨똑깨똑)
대학 친구: 올 한 해도 무사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어! 밥 먹으러 한번 오니라.
헤오 : (울컥) 오냐 한번 가마!. 너도 고생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못했는데도 먼저 전화주는 고마운 사람들.
작은 깨독 연락에 정성스러운 이야기로 답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도 변함없이 연락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친한 동료 선후배들
왜 그렇게 못한다는 자책에 스스로를 얽매이고 있었나 모르겠다.
오늘 하루 이렇게 날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는데
언제나 외톨이 인척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처럼 밤잠 못 이루고 살았다니
교육생 5명 중 5등
전체 팀원 38명 중 38등
어떤 기준의 평가 잣대만 보면 그게 현재 나의 위치일지 모른다.
어찌 됐거나 평가와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회사이면서 사회이니까...
아직 문제 해결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겨나갈 힘을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로부터 얻게 된다.
주저앉지는 말자. 해보는 거다. 하다 보면 또 잘은 아니더라도 중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해라고 하니 희망을 가지고 또 해보는 거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결국엔 내 곁에 남아 있을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인생 선배 : 근데 너는 왜 그렇게까지 잘하려고 그래?
헤오 : 주어진 것은 다 해내야.. 그래야 월급 받고 내 존재도 인정받고..
인생 선배 : 야 네가 그렇게 다 잘했으면 이 회사에 있겠니? 더 좋은 데 갔지.
헤오 : 그래. 그냥 잘하려고 하지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