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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간 + 잔소리

청년 독거남의 주거생활이야기 1

by Heosee

혼자 사는 사람은 다 그렇게 느끼려나

퇴근하고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빈집에 불이 켜져 있을 때 그 반가움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몇 달 만에 보는 엄마가 있다


엄마 언제 왔어 연락도 없이?

왜 연락하고 와야 되나?

아니 반가워서 그렇지

전화도 맨날 끊어버리는 놈이


띠리링~

아들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바빠 용건만 간단히

매번 이랬으니 할 말은 없다


엄마표 밥상이 차려지고

씻고 나온 나는 얼른 젓가락을 휘적된다. 얼마 만에 먹는 집밥 아니 엄마 밥인지


같이 살 때는 이게 이렇게 소중한 건지 몰랐는데 지치고 힘들었던 오늘

따순 밥 한 그릇과 된장찌개 하나


맛있네

에구 속 터져

그르게 언제 결혼을 할 거야?

엄마가 언제까지 밥 해줄 주 알았지?


에이 밥 먹는데 또 왜 그러십니까 사모님

남들은 장가가서 이쁜 손주에 며느리에 내가 효도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너 장가가서 좀 잘 사는 거 그거 하나 바라는데 그걸 그렇게 안 하니

니 나이 40이 넘어서 이제 선 자리도 안 들어와 고만 따지고 이제 여행도

그만 다니고 결혼 좀 해

엄마 소원이다


다다다다

방금 전까지 반가웠던 어무니 취소!

뜨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알았어 알았어 노력할게

건성건성 대답하는 나를 보며

말만 하지 말고 - 2차 폭격이 시작된다

반가웠다가 힘들었다가 다시 텅 빈 공간이 그리워진다


며칠이나 있다 갈 거야?

엄마도 바빠 오늘내일 있다 가야지

엄마 있는 동안 저녁은 집에 와서 먹어

네!




엄마가 머무르는 짧은 이틀 안에도

회식 날짜는 꼭 잡힌다. 그 수많은 날들이 있었는데 왜 꼭 회식이 잡히는지


엄마 나 오늘 회식이요

집에 와서 밥 못 먹어?

술 마시고 들어갈 거 같아요

알았어 엄마 내려가니까 밥 잘 챙겨 먹고 냉장고에 해둔 반찬 쉬지

않게 잘 꺼내서라도 먹어. 그거 꺼내먹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엄마 반찬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


역시 전화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그렇게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불은 꺼져있었다

술로 속 버렸을까 봐 식탁 위에

따뜻하게 해 놓은 죽과 엉성하게 막 잘라놓은 수박

그리고 머라도 챙겨 먹고 자

라고 걱정 가득 담긴 메모지 한 장


40 평생 뒷바라지만 해온 부모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혼자 사는 모습은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는가 보다


엄마가 머물렀던 어제오늘

자면서도 든든하고 외롭지 않고

그저 공간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그런 하루


온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다 회식까지 하고 마주하는 이 불 꺼진 빈 공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오늘따라 더욱 검고 공허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다다다다 잔소리 or 엄마표 밥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난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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