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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혜영 Jan 24. 2022

돈 들어오는 그림

“저 해바라기 그림 샀어요. 걸어두면 돈 들어온다고 해서요.”

“오! 효과 보시면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가볍게 웃으며 지나쳤었다. 그러다 그 대표님 출판사 책이 어느 순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국가지원금까지 받게 되면서 인터넷에서 해바라기 그림을 검색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그림 하나만 걸어도 돈이 들어온다는데’하면서.

유튜브로 검색해보니 그림도 그냥 거는 게 아니라 서쪽 방향으로 걸어야 돈이 들어온다나. 부랴부랴 나침반 어플을 깔고 정확히 어느 쪽인지 고심하며 그림을 걸었다. 마치 그림만 제대로 걸면 바로 부자가 될 것처럼.     



단지 그림 하나를 걸었을 뿐이었는데, 미신과 희망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에게 해바라기 그림은 트리거가 되었다.     

알고리즘의 영향인지 이후 ‘돈이 들어온다’는 혹은 ‘돈줄이 막힌다’는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것에 현혹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어느 날은 도장에 관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장이 플라스틱이면 안되고, 글씨에 빈틈이 많아도 안되며, 도장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면 안된다 등등. 내 사업자 도장을 유심히 살펴보니 돈 새는 도장으로 이런 저런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장 뭔가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나는 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도장의 명인을 찾아 어떤 서체, 어떤 재질로 만들어야 좋은지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서 검색했고, 순식간에 결제도 완료했다. 

‘내가 이래서 사업이 잘 안됐었나 봐. 도장을 이렇게 만들어 사용했으니 돈이 줄줄 샌 거지…’ 자책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제 도장을 잘 만들었으니 이제는 흥할 일만 남은 건가 싶은 기대감도 한편으로는 들었다.

하루는 어떤 무당이 돈 들어오는 비방법으로 소금을 놓아야 한다고 하는 유튜브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희말라야 핑크소금과 소금단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나 모태신앙인인데…. 



부랴부랴 결제하려던 걸 취소했지만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미신을 희망이라 부르며 의지하고 있었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회사를 차렸다는 이유만으로 행운만을 바라게 된 것일까. 뭔가 일이 잘되지 않은 것이 해바라기 그림이 없어서도, 소금이 없어서도, 도장이 플라스틱이어서도 아닐 텐데 말이다.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좀 찌질해도 ‘나는 내가 좋아’를 외쳤었는데 선악과를 따먹은 후 부끄러움을 알게 된 아담과 이브가 된 것처럼 누가 알까 부끄러워졌다. 잘못된 이유를 밖에서만 찾고 있었던 내 모습이 한심해진 탓이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때때로 한번쯤은 사지도 않는 로또가 1등에 당첨되기를 소망하는 나를 보게 된다. 


“돈 생각을 떨쳐내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많이 갖는 것이다.”라는 이디스 워튼의 말처럼 큰돈을 벌어야만 이런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미신이 아닌, 나만의 노하우를 누군가에게 건강하게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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