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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호주회사에서의 첫 면접 후기,

결과는 불합격이지만 면접을 치른 것에 의의를!

by Koali

제목 그대로,,ㅎㅎ 호주의 회사에서 처음으로 면접을 보았고, 1차 합격은 했으나 2차 면접에서

불합격을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온 것부터 지금 시기를 모두 포함해서,

찐 호주회사 (본사가 호주에 있고 다 현지인들)에서 면접을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

(본인은 호주에서 주로 한국계 회사, 혹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주로 있던 회사에 근무했었다)


지난주 금요일 면접을 보았고, 그다음 주인 오늘! 이런 이메일이 왔다

그래도 한국의 외국계회사에서 면접 수없이 보았던 시절 불합격 답장도 안 준 회사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답장을 준 것이 감동 (?) 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학창 시절 원했던 IT계열 회사였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지원했었다. 내 이력과 얼추 맞는 부분들도 있어서, 서류전형은 통과가 되었고 1차는 Hiring manager와의 30분 면접, 이후 팀리더와의 2차 1시간 면접이었다


역시나 TA팀도 많고, 꽤나 큰 규모의 회사답게 면접은 매우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1차 면접 때, 이 포지션은 총 4번의 면접이 이뤄진다고 안내를 받았고 나는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2차 면접은 지금까지 내가 꽤나 많은 면접을 보았지만, 손에 꼽힐 정도로 너무나도 젠틀하고 나이스한 면접이었다.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고, 초반에는 긴장 풀어주는 대화로 시작되었다.

질문들도 심도 있는 질문과 가벼운 질문 골고루 섞어가며, 내가 정말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다.


-실패했던 일화,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Grit을 발휘했던 시간들

-너의 curiosity는 무엇인지.

-만약 @@@ 한 상황에 놓여있으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면접관은 그 팀의 리더인 중국계 호주인이었는데, 본인의 이야기들도 풀어줘서 재미있었다. 한국에서의 면접은 뭐랄까.. 나를 '평가하겠다'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았고, 갑의 위치에 서서 다소 무례한 발언을 하는 면접관들도 있었다면, 이 면접은 '너를 알고 싶어. 너의 가치관을 말해줄래?'이런 느낌이었다

질문들도 안 딱딱했고, 내가 **에 대해 말하면, 그거에 대해서 면접관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그걸 대답하는 느낌으로 그냥 아는 오빠랑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ㅋㅋㅋ 마지막에 '우리 회사에 이렇게 지원해줘서 고맙고, 면접에 시간을 써줘서 고맙다' 라고 말해주는 것도 참 매너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한 시간 면접을 하고 난 뒤, 면접이 되게 재미있었고 웃으면서 끝나서, 3차로 넘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고 또 면접관이 이 포지션에 대해서 심도 있게 말해주고, 내 비자, 근무 시작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봐줘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 면접관이 주는 에너지가 좋았어서 이 회사에 대한 궁금증도 면접 이후에 더 많이 생겨 찾아보고 그랬었는데 , 불합격하게 되어 아쉬웠다.


면접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고, 면접에서 불합격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내 생각에는 '언어장벽'이 가장 큰 이유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질문을 면접관이 물었을 때, 내가 잘못 이해하고 핀트를 좀 다르게 집어서 답변했던 적이 두 번 있다. 나는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었고, 다시 돌아가도 그 실수는 있었을 것 같다. 쨌든 다시 면접관이 질문을 해줘서 그에 대한 답변들은 잘했지만 면접관은 그 상황들 속에서, '아 이 후보자는 영어가 우리와 함께 소통하며 일하기에 아직 능숙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그 생각이 나중에 평가할 때 더 강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당시 말해주었지만, korean speaking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지만 고객의 99%는 영어구사 자고, 업무도 99% 영어로 이뤄지며 1%의 한국인 고객을 위해서 이 롤을 뽑는다고 했으니까.



어쨌든 언어능력은, 그리고 그러한 면접에서의 페인포인트는 토종 한국인인 현재의 내가 현재로서는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받아들일 수 있다.

솔직히 면접에서 '이런 말은 하지 말걸...' '나를 좀 더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런 후회가 들면서 떨어지는 면접들은 속상하고 미련이 남는데, 이 면접에서는 그런 미련이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쾌활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딱히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오히려 순발력 있게 대응한 순간들에 뿌듯한 점들이 있었기에 더욱 후회가 남지 않는다.


내가 이번 면접에서 느꼈던 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할 것이다. 특히나 호주에 와서 살면서 내가 영어 듣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호주 억양,, 정말 쉽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호주에 있으면서 워낙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영어실력을 더 늘려야겠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었는데, 이번 면접을 계기로 안주하지 말고 더욱 노력하자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동기부여를 해 준 이번 경험이 참 고맙다.


더욱 노력해서, 몇 년 후에는 이런 크고 좋은 회사에서 로컬 사람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그런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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