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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Jun 08. 2022

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6

나에게 언제나 29살이라고 얘기해주신 나나 무스꾸리

나나 무스꾸리(Nana Mouskouri) 페어웰 투어


내가 한 수 많은 내한공연 중 특히나 아티스트의 이름을 말하면 50대 이상의 선배님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분이 바로 나나 무스꾸리이다. 1934년생이시니 지금은 86세이시겠구나. 당시에도 이미 74세로 은퇴 공연 월드투어중이셨다. 당시 나나는 2005년 이미 한국 페어웰투어를 한 번 한 상황으로 워낙 2005년에 반응이 좋아 페어웰 앵콜 공연을 다시 모시게 되었다.


2007년에 진행하던 공연은 공동 주최사의 자금 사정으로 갑자기 취소되었고 그렇게 맘 고생을 하던 중 새로운 기획사가 같이 하고싶다고 연락이 와 2008년에 재추진하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꽤나 산전수전이 많았던 공연인데 거의 다 잊고 산 걸 보면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 듯 하다.


2005년 공연 당시 워낙 예민하고 까칠한 모습을 보이셨던 터라 잔뜩 긴장하고 공연을 준비했는데 2008년에는 완전 다른 사람인냥 나이스하고 친절하신 거다. 

(너무 많이 변해서 당시 정말 많은 걱정을 했었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당시 나나가 공연장은 반포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밀레니엄홀이었고 묵은 호텔은 바로 그 인근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이었는데 공연 이틀 전에 입국하다보니 비교적 시간이 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두 번째 만남이 즐거워서였을까 나나가 밥을 사겠다는 것이다.

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부터 고속터미널 쪽 레스토랑 밀집지역까지 나나와 밴드 멤버, 투어팀 그리고 우리 한국 스탭들이 우루루 걸어가니 지나가시던 한 60대 여성분이 보고도 믿어지질 않으셨나보다.

그래서 그 중 제일 어려보이는(!) 나에게 "저 분 나나 무스꾸리 맞아요?" 하고 물어보셨다.

하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이건 마치 태국 아시아티크에서 윤복희 선생님을 만난 것과도 비슷한 상황 아닌가

내가 맞다고 말씀드리니 그 60대 여성분은 어쩔 줄 몰라 하시며 정말 정말 좋아했던 가수라며 꿈꾸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분이라 지금도 자주 듣는 가수라며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그 날 우리는 고속터미널 한 켠에 있는 한식과 일식 퓨전 레스토랑에서 엄청 수다수다를 떨며 그 60대 여성분에 대해 고마워하고 또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 아티스트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사는가보다. 그 한 명의 팬 때문에 나나가 그렇게 행복해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식당에서 나나는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32살이라고 (진짜 어렸구나!) 대답을 했는데 앞으로 29살이라고 하라는 거다.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앞으로누가 물어보면 헤라는 29살이라 그래" 이렇게 말이다. 내가 읭?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나나가 해 준 대답이 진짜 재밌었다.


몇십 년 전 해리 벨라 폰테(Harold George Belafonte Jr)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간 나나가 그에게 올해가 몇 세 기념 생일이냐고 물어보니 49세 생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하게 축하를 해 주었단다.

그 다음해 해리 벨라 폰테의 생일에 또 초대되어 가서 물어보니 또 49세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나는 자기가 잘못 기억하는 것인가 싶어 또 거하게 축하를 해 주었다고 한다. 그 다음 해에 또 초대를 받아 가서 물어보니 또 49세라고 하니 그 때는 나나가 따지듯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니 왜 작년에도 그 전년에도 49세였는데 올해도 49세냐고. 그랬더니 해리 벨라 폰테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49세였던 그 해는 내 인생의 최고의 1년이었어. 그래서 나는 내 평생 최고로 살고싶어서 내가 49세로 내 나이를 정했어. 그래서 나는 앞으로 죽을 때 까지 49세야." 


2007년 추진 당시 포스터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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