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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Jun 08. 2020

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7

블론디 내한공연

블론디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

저 세상 쿨함을 보여준 데비와 크리스

블론디는1976년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 보컬), 크리스 스테인(Chris Stein, 기타), 클레멘트 버크(Clem Burke, 드럼), 지미 디스트리(Jimmy Destri, 키보드), 레이 폭스(Leigh Foxx, 베이스), 폴 카르보나라(Paul Carbonara, 기타), 맷 캐츠보헨(Matt Katz-Bohen)로 구성된 록밴드이다. 그들의 대표곡은 블론디가 누구인지 몰라도 아는 Call me, Maria,The Tide Is High, Atomic 등으로 70년대 최고 섹시스타로 불린 데비 언니가 메인 보컬을 맡은 멋쟁이 그룹니다.

워낙 쎈 캐 언니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블론디의 데비 해리 언니는 당연히 좋아하는 가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블론디의 내한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엄청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었다.


공연을 위해 공연 하루 전 한국을 방문한 밴드 멤버는 데비와 크리스 그리고 드러머 클레멘트 이렇게 세명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하다가 뿔뿔이 흩어졌다가 2007년미국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정되었다. 그래서 월드투어를 계기로 다시 뭉쳤으나 이 세명만 함께하게 된 듯 했다.


원래 데비와 크리스는 한참 활동하던 시기에 연인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다른 사람과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은 세상 그렇게 쿨할 수가 없는거다.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차 안에서 크리스가 자신의 아기 사진을 데비에게 보여주고 데비는 또 자신의 남편 사진을 보여주고..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헐리우드의 쿨함인가 싶었다.


이 때 정말 아주아주 인상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들은 월드투어중이었기 때문에 홍콩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넘어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홍콩 공연 중 크리스가 평생 복용해야하는 약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약을 꼭 구해야 한다며 엄청 불안해했다.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투어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마약중독 치료제라는 것이다.

원래 크리스는 한참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기에 대부분의 7-80년대 록스타들이 그랬듯이 마약 중독에 걸렸다고 한다. 이 후 마약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을 먹은 크리스는 치료를 받게되고 평생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해서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약을 복용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마약 중독 치료가 일반화되어있지 않다보니 그가 찾는 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대형 병원 모두에 전화를 걸어 크리스가 말하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다행히 아산병원에서 동일한 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약을 처방해줄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에게 한국은 마약 중독 치료가 미국만큼 발전하지 않아 동일한 약을 구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그와 함께 아산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 약을 무사히 처방받아 크리스 손에 쥐어줄 수 있었다. 


블론디 내한공연은 참...생각하면 맘이 편칠 않고 씁쓸하다.


솔직히 2007년 이 내한공연을 진행할 때만 해도 해외 아티스트와 계약할 때 우리쪽은 해외 아티스트가 계약을 불이행해도 페널티를 부과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한국 시장은 그닥 크게 매력있는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홍콩 일본 투어 후 호주로 넘어가거나 할 때 비는 날 잠깐 들르는 나라 정도여서 우리가 페널티를 요구할 경우 그럼 우린 한국공연 안해 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 시장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존중도 생기고 무엇보다 한국공연을 하고싶어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아져 그런 불공정 계약을 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당시만 해도 이 공연은 우리가 너무나 하고싶어서 한 공연이었는데..


이 때 TV 스팟광고를 하고싶은 마음에 공연 외에 1회 공연 녹화 방영권을 추가로 계약하여 이 권한을 MBC에 주는 조건으로 MBC TV 스팟 10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연 하루 전 갑자기 방송 녹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녹화 방영권에 해당하는 비용을 환불해줄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는거다. 

MBC스팟은 이미 다 나갔고 심지어 편성까지 잡아놨던 MBC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우리는 읍소에 사정에 무릎꿇고 빌기까지 했지만 녹화 허락을 받지 못했다. MBC 담당 피디님도 처음엔 우리에게 노발대발 하시다가 상황을 보시더니 거꾸로 우리를 위로하셨다. 그 MBC 담당 피디님은 이 전에도 이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 적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밤 새 한 숨도 못자고 맘고생으로 하루 저녁에 2kg이 빠지는 다이어트를 경험하고 공연 당일 공연장에 있는데 왜 또 그리 공연은 잘하시는건지...


공연 내내 울었는지 웃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이제 이런 일을 겪는 내한공연 기획사나 에이전트는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7-80년대 최고의 섹시스타 데비언니 여전히 섹시하고 귀여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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