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저의 2022년 회고입니다.
우리는 회고를 할 때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이루었는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회고는 나를 개선하기 위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글쎄, 나를 꼭 개선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갓생을 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껏 매년 의례적으로 연초 계획을 세웠으나 한 번도 "왜"에 관한 생각 없이 한 해 목표를 정했어요. 내가 왜 이런저런 목표를 만들었는지 한 번쯤 곱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이유를 갖고 2023년 목표를 정하려고 해요. 이번 회고에는 2022년 목표를 되돌아보고, 내가 각각의 목표를 어떤 이유로 계획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저의 2022년 목표를 보여드릴게요. 크게 세 가지, 1) 움직이기, 2) 기록하기, 3) 성장하기에 관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제 각각의 목표를 세운 이유를 생각해 볼게요.
1) 움직이기를 목표한 이유: 명확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인바디 결과 검사지에 "비만"이 찍힌 날이었습니다. 인바디 결과에 처음 찍힌 "비만"은 충격적이었죠. 전형적인 마른 비만이나 젊다는 이유 하나로 움직이지 않고 꿋꿋이 버틴 저였습니다. 그전에도 종종 인바디를 측정하면 비만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지만, 정확하게 "비만" 판정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긴 했어요. 그러나 20대 후반의 나이는 저를 배신하지 않고 비만이란 결과를 선물했습니다.
이 삶을 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끝까지 함께해야 할 저의 몸을 관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야 미래의 내가 편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21년 하반기부터 필라테스와 워킹/조깅을 병행하고 2022년 1월부터 풋살 수업을 들었습니다. 풋살은 저의 미약한 유산소성 체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필라테스는 기초 근력을 다져줬어요. 자신감이 붙은 후 날씨가 좋을 땐 광교산, 청계산, 관악산을 찾았습니다. 덕분에 체지방률은 28.3%에서 16%까지 낮아지고, BMI는 20.2에서 18.5로 낮아졌고 지금까지 유지 중입니다.
필라테스 6개월 이상 수업 듣기: 1년 3개월 꾸준히 수강한 후 ‘22년 연말 PT로 전환함.
축구 2개월 이상 수업 듣기: 11개월간 일요일마다 풋살 2시간씩 뜀.
러닝/조깅 주 2회 이상: 많을 땐 주 3회, 적을 땐 주 1회 꾸준히 걷거나 뜀.
등산하기: 광교산 정상 3회 등반, 청계산 1회, 관악산 2회 등반
유산소 피트니스 등급 평균 이상으로 올리기: 안타깝게도 실패. 애플워치 기준 최대 35까지밖에 못 감. 유산소 피트니스 등급은 빠른 시일 내에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2) 기록하기를 목표한 이유: 농사를 잘하기 위해 64년간 농사 일기를 적은 김홍섭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홍섭 할아버지가 그간 매일 적은 농사 일기는 우리나라 근현대 농촌상이 담긴 방대한 사료가 되어 박물관에 보관됐습니다.
꾸준히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일기와 글이 박물관에 전시될 만큼 가치가 있단 사실이 꽤 고무적입니다. 사실 디지털 기록이 활성화된 2000년대부터는 자료가 너무 많아 제 글이 김홍섭 할아버지의 일기만큼 가치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지금부터 50년을 더 꾸준히 쓴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저는 창작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가, 디자이너,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무언가 만들어내길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PM(기획자)라는 직무도 결국 제가 창작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더라고요. 기록물은 온전히 나의 창작물입니다. 기록에는 글과 그림, 영상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가히 종합 예술이라 부를 수 있겠죠.
그러나 브런치와 관련된 2022년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콘텐츠 소재가 부족하기도 하고 제가 조금 게을러서이기도 해요. 올해는 브런치에도 이 글처럼 개인적인 자기 계발성 이야기를 추가해 콘텐츠를 늘려볼 생각입니다.
일기 주 3~4회 쓰고 블로그에 월 1회 정리하기: 성공
브런치 글 월 1회 이상 발행하기: 반만 성공. 거의 두 달에 한 번꼴.
브런치 구독자 1,500명 달성하기: 1,100명 달성했으나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함.
3) 성장하기를 목표한 이유: 즐겁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2022년 6월 유튜브 앱을 삭제한 후 디지털 디톡스에 일정 부분 성공했어요. (제가 말하는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후 제가 마음껏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영상을 시청하지 않으면 퇴근 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저는 그 시간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고, 그래서 저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에 관해 생각해 봤습니다.
1)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할 때 즐겁다.
2)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을 갈고닦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때 행복하다.
3) 비록 처음에는 못하는 일이더라도, 내가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먼저 저는 어릴 때 제가 좋아했던 활자에게 돌아갔어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칭찬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저에게 영향을 미치네요.) 중학생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멀리했던 친구, 활자. 그 친구를 2020년부터 저의 여가시간에 다시 만나기로 했고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책은 몰입의 시간을 선물했고 저자 혹은 등장인물의 생각을 직접 해보면서 사고력과 공감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책은, MBTI의 Thinking과 Feeling을 앉은자리에서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는 효율성 끝판왕의 수단이었어요.
2022년에는 밀리의 서재 전자책 포함 55권 이상을 완독 했습니다. 여담으로 저의 2022년 올해의 작가는 “박완서, 올리버 색스, 박웅현, 아니 에르노”입니다.
그다음은 영어 책 읽기였는데, 올해 4월부터 시작한 결과 총 11권의 원서를 낭독 및 완독 했어요. 영어 책 읽기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에 정리했습니다. 영어 책 읽기를 시작한 이유도 책 읽기와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잘한다고 칭찬받았던 종목이기 때문이죠. 잘할 수 있는 거니까 다시 해보자는 용기도 쉽게 냈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인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으니까요.
올해 했던 일 중 축구(풋살) 다음으로 이례적인 것이 바로 "사이버대학교 공업 수학 수강하기"입니다. 사실 이 수업을 들은 이유는 혹시 모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서인데, 해외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를 가고 싶다면 사이버 대학교에서 다양한 공대 수업을 들어야 하더라고요. 그러나 수학은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중간고사까지는 버틸만했으나 기말고사 범위는 제 마음을 흔들었죠. '아... 그냥 포기할까?'
그러나 벼락치기 공부를 할지언정 중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수학 공부에 (정말 잠깐) 몰입해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더욱이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100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순간은 뿌듯 그 자체! 바로 이럴 때가 공부에서 가장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업무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계발했는데, 올해 제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예요. 이 일이 저의 적성에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잘할 것이란 확신도 없었고, 자신감도 없었지만 몰입 하나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2022년은 저의 미미했던 데이터 분석 경력을 배로 확대한 해입니다. 당시에는 뜬금없게 나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던 데이터 분석 업무가 제 역량 계발에 핵심이 되었단 사실이 신기하네요. 뭐든 일단 하면 길이 생기나 봐요.
책 읽기 (월 3권 이상): 달성. 밀리의 서재 전자책 포함 55권 이상 읽음.
영어 책 읽기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이것도 달성. 총 11권을 낭독해서 완독함. 낭독했기 때문에 정독했다고 볼 수 있음.
데이터 분석 공부하기: 한양사이버대학교 공업수학 수업을 수강했으며, 1등으로 수강 완료함.
2022년도 지나간 지 이제 15일도 더 되었네요. 큰일이 없다면 2023년도 2022년과 그리 다르지 않겠죠. 2022년에 새롭게 시도한 것 중 버릴 것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이젠 힘 들여 만든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쓸 차례네요.
친구에게 저의 생활습관 중 하나만 추천하라면 저는 "디지털 디톡스"를 말하고 싶어요. 스마트폰에서의 지내는 시간을 줄이면 시간이 더 많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고, 삶의 맥락과 너무 동떨어진 삶을 살지 않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시청자로서의 시간을 내려놓아야 내가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장점에 관해 나보다 더 날카롭게 표현한 김산하 작가님의 문구를 인용해 볼게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건 모든 생물의 공통 조건이다. 삶의 무대는 단연 현재인 것이다. (…)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현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은 현재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대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공간으로, 나와 더 멀 수도 없는 대상으로 꼭꼭 채워지고 있다. <살아있다는 건> 55-56, 김산하
모든 생명의 삶의 무대는 지금, 여기 바로 현재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감각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 저도 잘 못 하지만, 2023년에는 디지털 디톡스를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23년에는 2022년보다 스크린타임 20% 이상 줄이기가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었는지 여부는 2024년 회고 글에서 알 수 있겠네요. 그럼, 2023년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