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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11. 2023

22. 분노

두 번째 풀코스를 완주하며

* 이 글은 2023년 3월에 쓴 글입니다.


28km부터 앰뷸런스 고민을 하다가 33km 여자애의 고백으로 같이 뛰다가 36km 아저씨의 꿀물로 함께 뛰다가 38km 10여 명의 크루에 둘러싸여 다 같이 소양강 처녀를 부르며 "똥꼬와 꼬추" 이야기를 들으며 골인했다.



생애 세 번째 풀코스 도전,

두 번째 완주,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과 끝이 혼자가 아니었던 마라톤.


공식 기록은 42.195km 5시간 13분 14초.




AR 풀코스 반에서도 꼴찌.

크루 풀코스 나간 이들 중에서도 꼴찌.

그러나 편안했고, 즐거웠다.



밤을 새고 뛰었기 때문에 - 완주 후 바로 AR 트럭에서 짐만 찾고 크루원들에게 인사하고 뜬금없이 떠올랐지만 못 볼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사람을 수 천명의 인파 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우주의 기적을 경험하고 결혼식장에 못 간 친구와 장례식장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고로 메달은 없다.





TO: Adidas Runners



AR 코치님과 풀 마라톤 D조 페이서님들, 람보르기니 페이서님 그리고 친애하는 AR 러너분들- 덕분에 바스락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도 끝까지 완주하는 불굴의 강철 러너가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저는 여러분을 만나 함께 뛰고 (숨어서든 도망쳐서든 시작 전이든 끝나고 나서든) 여러분과 담소를 나눌 때마다 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굉장한 기운을 얻고 돌아갑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O: 크루



크루 여러분들 - 지난 6년간 혼자 뛰고 혼자 마라톤을 나가면서 느꼈던 씁쓸함과 아스라함, 두려움을 여러분 덕에 느끼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생애 처음 하는 크루에 이렇게 몸도 마음도 멋지고 따뜻한 분들을 만나다니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4시간대를 목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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