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개판

도대체 드래곤볼에게 무슨 일이.

나의 학창시절을 지켜주던 드래곤볼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슬램덩크와 함께 드래곤볼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 안에 우정과 승부, 모험, 소원을 들어주는 용과 분노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초사이어인, 그리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권선징악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끝났던 슬램덩크와 달리 드래곤볼이 어디선가 계속 이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마인 부우가 환생하는 걸 끝으로 드래곤볼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최근 슬램덩크 극장판의 어마무시한 흥행으로 오랜만에 드래곤볼도 같이 검색하다가 - 드래곤볼에서 뜬금없는 평행 우주부터 시작해 빨주노초파란보 초사이어인이 나타났다는 걸 보고 - 나 진짜, 진지하게 작가가 죽은 줄 알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검색해 봤는데 아니, 이 작가, 살아 있잖아!! 아직 멀쩡히 살아 있어! 아니 그러면, 살아 있으면서 대체 왜 자기 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잘난 드래곤볼을 이렇게 방치한거야???? 짱구나 도라에몽은 작가가 죽고 나서도 잘 이어지고 있는데!!!! (짱구 작가: 우스이 요시토 1958~2009, 도라에몽 작가: 후지코 후지오 1933~1996) 

웨이브에 드래곤볼이 있길래 우와아아아아아!하고 보다가 - 결국 포기했다. 그러니까 드래곤볼Z가 있고 슈퍼가 있고 GT가 있고 KAI가 있고 Z KAI가 있고 그런데 그게 또 1기 2기 3기가 있고... 거기다가 플러스 또 그 밖에 내가 모르는 아주 많은 극장판들이 있고.... 나 모르겠다.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안가. 왜 갑자기 우주가 여러 개 나오는 겁니까... 전왕은 또 뭐여... 오공 블랙은 또 뭐고... 나 2019년 슈퍼 브로리 극장판 혼자 가서 볼 정도로 드래곤볼 팬인데.. 그 극장판은 이해 갔는데 이건 뭐야...

토리야마 아키라 아저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3월의 라이온 작가나 최유기 작가처럼 아파서 작품 스톱도 아닌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