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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12. 2023

공연의 모든, 모든 구조를 다 알고 싶다면.

영화 <라당스> - 추천 다큐

먼저 고백하건대, 내 예상과는 다른 159분이었다. 

예상과 달랐던 이유는 이 다큐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위 설명란에 분명히 이렇게 쓰여있지 않나, "고군분투하는 발레 단원들의 모습"이라고. 저걸 보면 당연히 관객 입장에서는 이 영화/다큐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상상하게 되지 않나? 나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 다큐가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일상과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보여주는 연습과 그 결과물인 공연을 보여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이 다큐의 주인공은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그 자체다.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건물이 주인공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건물 안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일관된 주제도 사람도 없이 계속 연이어 보여준다.



그래서 무용수들이 나오고, 선생들이 나오고, 구내식당이 나오고, 옷 세탁과 제봉 모습, 클래스 분배 회의, 대사관 제안 행사 회의, 무용수 퇴직연금 논의 결과 발표, 청소하는 모습, 공사하는 모습, 저작권 이야기, 현대 무용과 고전 무용 수업 대안, 공연 모습 등 그냥 이 발레 하우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5~10분씩 나열해 159분을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이 건물 밖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굳이 하나를 들자면 누군가 오페라 하우스 옥상에서 양봉을 하는 장면이 전부다. 






혹 발레 공연의 전반적인 행정 모습을 다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유의미한 다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발레 같은 공연을 보면 연기자들 중점으로 보지 않나. 잘해야 감독, 음악, 조명, 각본 등만을 더 생각하고. 이 다큐를 보고 나면 공연 하나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연기자나 감독, 음악, 조명, 각본 등은 그저 이 공연을 이루는 하나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 모든 톱니바퀴에, 직장인으로서 경의를 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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