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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19. 2023

96. 얼굴

뭐가 잘 난다.



밀가루나 과자, 술, 커피, 고기 등을 (내 몸 기준에서) 과하게 먹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음 날 뾰루지가 난다. 예전에는 이런 내 체질에 화가 치밀었는데 지금은 건강한 바로미터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덕분에 아주 오래 전부터 술은 거의 안 마시고(마셔도 맥주 한 캔, 한달에 한두 번?) 커피 양도 줄였고 (하루 10잔에서 5잔 3잔 2잔 지금은 1잔 - 그리고 끊으려고). 뭐 대단한 결심이나 결단이 아니고 그냥 얼굴에 뭐가 다음 날 성실하게 어김없이 자꾸 나니 짜증이 나서 자연스레 줄이거나 안 먹게 되거나 먹다가도 깜짝! 놀라서 자제하게 된다. 예민한 내 얼굴아, 고맙다.



물론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이다.



20대 중후반에 어마어마하게 여드름이 났었는데 인턴십으로 뉴욕에 갔더니 그냥 사라졌다. 약도 안 바르고 피부과도 안갔는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친구는 반 농담으로 뉴욕 물이 좋아서 그래,라고 했지만 글쎄, 나는 마음이 편해서였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남들은 해외 가면 스트레스 받아서 살이 찐다는데 나는 오히려 굉장히 날씬해졌다. 잠도 잘 잤고 음식도 건강하게 먹었고 - 뉴욕은 한국에 비해 아스파라거스나 아보카도 등이 시장에 가면 한국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좋아하는 야채 채소 과일을 마음껏 먹었다.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잔뜩 배 부르게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는 식단이었다. 애초 밀가루나 과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식성도 한몫했을테고.



게다가 뉴욕에서는 여드름이 가득한 내 얼굴에 '운동을 안해서 네가 여드름이 나는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당시 나는 지금과 달리 운동을 정말 하나도 안하는 사람이어서 저 말이 사실일거라 믿으며 죄책감에 시달렸었는데, 박지성같은 월드클래스 선수도 현역 때 여드름이 가득했던 걸 떠올려 보면 - 저 말이 꼭 사실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진짜 박지성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운동을 안해서 여드름이 나는 거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 그제 연이어서 라면 두 번 먹고 밀가루 가득 빵을 먹었더니 바로 오늘 또 여드름인지 뾰루지인지 뭔지가 3개 튀어나와서.




하아.




정직하고도 솔직한 내 몸.

라면이랑 빵 너무 많이 먹었다 이거지.

알았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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