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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08. 2023

이런 거지 같은 상태를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을 때

책 <시작의 기술>

그 유명한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을 다 읽었다. 원제는 <UNFU*K YOURSELF>.


"당장 그 소똥 같은 짓을 그만둬!"를 연신 외치는 이 책에서(사실 저건 저자의 다음 책 제목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일단 내용은 차치하고 이 밀리언셀러의 시작이 알고 보니 독립 출판이었다는 점이었다. 소설 <오두막>처럼 그냥 혼자 출판했는데 입소문이 퍼져서 거대 출판사로부터 역제의가 들어와 지금은 미국에서만 100만 부가 팔리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이라는 거.


저자 이름은 개리 비숏 Gary J. Bishop.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누구나 저마다의 문제가 있다. 삶은 늘 완벽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에드문트 후설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자기 계발 코치"가 되었다. 유독 핵심만 찌르는 촌철살인 화법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책은 만약 당신이 현재의 "이 거지 같은 상태를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을 때" 추천한다.



부제가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다. 그리고 그 7가지 무기는 각각 한 챕터씩 다음과 같이 언급된다.


1. "나는 의지가 있어" -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단언의 문장

2.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 인생이라는 진창에서 예측 가능한 들판만 털털거리며 달리는 중인 당신에게

3. "나는 할 수 있어" - 누구나 저마다의 문제가 있다. 삶이 늘 완벽할 수는 없다

4.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 편안하게 느끼는 것만 고수한다면, 사실상 당신은 과거에 사는 셈이다

5.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규정해" - 만약 당신이 늘 아무 망설임 없이 눈앞의 과제를 공략한다면

6. "나는 부단한 사람이야" -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7.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 당신의 인생이 그토록 어렵고 복잡했던 이유


상처받기를 거부하면 상처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찔렸던 챕터는 두 번째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와 일곱 번째,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현재 내가 억울하다, 슬프다 불행하다 느끼는 상황들이 실제는 내가 모두 다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 생각을 그대로 실현시키고 있고, 고로 "당신은 늘 이기고 있다"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예시가 있지만 가장 따꼼한 것은 바로 "실패한 연애"에 대한 게리 비숍의 의견. 그는 사람들의 "실패한 연애"는 사실상 모두 들의 승리라고 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증명하는 일에서 이기고 있다.

나는 왜 실패한 연애를 승리라고 부르는 걸까?

인생에서 몇몇 사람이 없어졌으니 당신 삶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실패한 연애에서 당신이 승리한 이유는 애초에 당신이 성취하려고 했던 바로 그것을 이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람을 고른 거라면? 당신 인생에서 똑같은 에피소드를 만들고 또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면?

실제로 당신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증명하는 일에 몰두해 있다면? 파란만장했던 어린 시절이나 안 좋은 이별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으로 그런 생각이 이미 심어져 있는 거라면? 이 패턴이 당신의 무의식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연애의 성공을 방해한 것이라면? 당신은 자신이 사랑스러운 연애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그걸 증명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성공했다. 축하한다.



여담으로 하나만 더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런 주장이 삶에서 슬프고 억울한 아픔, 혹은 범죄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의견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런 주장이 말하고 싶은 건 "네가 퍽치기를 당했던 건 네 잘못이야 네가 무의식으로 끌어들였으니까"가 아니라, 남 탓하고 환경 탓하고 지나 간 일에 이제 그만 괴로워하라는 의미로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개리 비숍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정말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 - 공포, 분노, 억울함, 슬픔, 무기력, 낙담 등등은 애초 우리가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고 기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이 중 무기력감은 그저 "자신도 모르게 가진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때문에 생긴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그저 기대를 거두라고 한다. 기대가 문제라고. 모든 일과 모든 사람들에게서.


인생에 산재하는 분노는 기대의 산물

어떻게 된 걸까?

간단하다.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대 때문에 우울해지고 있다. 당신 삶에서 실망과 원망, 후회, 억압, 분노, 무기력을 경험한 곳이라면, 김 빠지고 뭔가 억눌린 감정을 느낀 곳이라면, 어디든 이런 기대가 숨어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이 아닌 곳, 그곳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생에 있어서 그 영역의 현실은 당신이 마음으로 예상한 시나리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생활에 화가 난다면 결혼생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당신의 기대와 실제 결혼생활 사이의 큰 격차가 보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이것이 경제 사정일 수도 있고 체중 감량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직장일 수도 있다.

당신의 무기력함은 자신도 모르게 가진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에서 생긴다. 그 격차가 클수록 당신이 느끼는 기분은 더 최악이 된다.

기대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대는 우리의 진짜 삶에 방해가 된다. 간단히 말해 기대는 각자의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기대를 일부러 만들어내고 거기에 삶을 맞추게 한다. 이렇게 곁가지로 빠지다 보니 우리는 실제 삶을 개선하고 목표를 채워줄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결과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할 일을 하게 된다.

지금 당장 그 기대들을 놓아줘라.

많은 경우 인생이 그토록 어렵고 복잡했던 이유는 당신이 가진 기대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 말이다.

앞서 우리는 사업 계획이 엇나간 경우를 예로 들어보았다. 하지만 당신의 삶에서도 실패한 연애나 직장에 대한 불만, 중단한 다이어트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역시나 기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닌데?'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가장 최근에 누군가에게 화났던 경우를 떠올려보라. 기억나는가? 여기서 핵심은 '인생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기대가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신은 상황 그 자체보다 자신의 기대에 더 많이 휘둘린다. 그게 기대의 문제점이다.

내가 주는 조언은 이것이다. 기대를 잘라내라.
지금 당장 그 기대들을 놓아줘라.

이것은 힘없이 삶에 순순히 항복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무엇에도, 그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현재를 살게 된다. 상황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개리 비숍은 매운맛 팩폭주의자로 유명하던데 이 책이 첫 책이라 그런지 상당히 상냥한(?) 편이다.


저자에게 김치로 싸다구 맞고 포옹받고 으쌰으쌰 함께 운동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보다는 저자의 다음 책, <Stop Doing that SHIT>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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