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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Jun 18. 2023

우리 모두의 "필연적 교착점"에게 안녕을.

영화 <플래시>

애초 이 영화는 4시간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카메오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녹화되었다. 하지만 꽃길만 걷던 잭 스나이더가 딸의 자살로 손을 놓기 시작하고 에즈라 밀러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DCEU 왕국은 결국 제임스 건을 기용해 E를 뺀 DCU를 위한 초석으로 <플래시>를 2시간 30분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성공했다.


지난 15년간 이웃 마블의 성공에 배가 아팠을 DC가 이 모든 세계관을 뒤엎는 DCU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더없이 좋은 오리지널 코믹 스토리 '플래시 포인트'를 가지고 와서 마블보다 더 편안하고 다채로운 멀티 유니버스 발판을 만들어 냈다.



<플래시>에서 중요한 점은

"필연적 교착점"


"필연적 교착점"이란 반드시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사건을 뜻한다.  플래시에게 그 "필연적 교착점"이란 초능력을 얻기 위한 어머니의 죽음이자 아버지의 억울한 감옥살이고, 배트맨에는 부모님의 살인이, 마블의 스파이더맨에게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삼촌의 죽음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 마블에서는 같은 뜻으로 "절대적 시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디즈니 왓이프 시리즈에서의 닥터 스트레인지에게는 크리스틴의 죽음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이야기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는 크리스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우주를 사라지게 만든다.



바꾸면 안 되는

나의 과거, 나의 고통, 나의 상처


우리 모두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말리고 싶은 일들이 한두 가지쯤 있지 않나.


그때 그 일이 없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순탄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과 후회에 가득 차서 말이다. 영화 <백투더퓨처>와 <그라운드호그데이- 사랑의 블랙홀>은 그래서 끊임없이 시간을 다루는 작품들에서 화자 되고 되새김질된다. 그러나 결론은 늘 같다.


바꿀 수 없다.

그리고. 바꾸면 안 된다.


그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지금 당신이 때로는 저주라고 할지도 모르는 그 능력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에.



슈퍼맨이 없고 원더우먼이 없고 아쿠아맨이 없고 사이보그가 없는 이 세상에서는 엄마가 살아 있고 아빠가 곁에 있지만 대신 팀 버튼의 배트맨과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햇살을 도록 감금 슈퍼걸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조드 장군이 등장했을 때 부활한 지 반나절도 안된 슈퍼걸과 다시 능력을 되찾은 우리의 플래시는 아무리 배트맨이 곁에 있고 18살 팔팔한 플래시가 있다 하더라도 역부족이다.


그래서 세상은 멸망한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 버린다. 집착과 분노와 후회와 자책과 광기에 사로 잡힌, 복수와 과거만 생각하는, 시니컬하고 찌그러져버린 '나'로. 영화에서는 노인으로 나왔지만 빛보다 빠른 플래시의 능력으로 볼 때 그는 아마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스피드 포스 속에서 과거를 돌리고 모두를 살리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하고 화내며 울고 있었을 것이다. '노력으로 안 되는 건 없어', '시도해서 안 되는 건 없어'하면서.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야"


유명한 스토리 '플래시 포인트'에서 결국 중요한 건 우리 모두에게는 살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일어나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필연적 교착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스토리 주제는 수많은 변곡점들이 있었지만 결국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다.


이제 그만 생각해라.


그토록 후회하고 자책하며 과거를 사람을 나 자신을 바꾸어보려는 마음 이제 그만 떠나보내라.

이 모든 것 이제는 받아들여라.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니까.


어떤 일들은 아무리 아프고 억울하고 이해가 안 가고 답을 찾을 수 없어도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으로, 내려놓음으로 우리는 전보다 더 따뜻하고 강하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추신:


수많은 카메오 중에서도 가장 반가웠던 건 역시 배트맨은 배트맨이라는 전설의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그리고 결국 엎어졌지만 배우에게 경의를 표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


추추신:


4시간짜리 그냥 풀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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