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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티 내음

너무 더워서 그만

by 허브티

딸아이가 부침개가 먹고 싶단다.

평소에는 먹어라, 먹어라 해도 부침개가 싫다며 안 먹는 딸 인지라 속으로 오, 그래? 내 맛있게 해 주마. 하며 갖가지 채소를 썰었다.

그런데 웬일, 부침가루가 턱없이 부족하고 밀가루도 한 톨 없는 것이다.

이 더운 한낮에 부침가루 사러 나가기가 무섭고 귀찮았다.

궁리 끝에 급한 대로 냉동고의 감자 전분 가루와 옥수수 가루, 버섯 가루까지 가루란 가루를 다 섞어 양을 부풀렸다.

뭐 이만하면 훌륭하지 하며 부치는데 야들야들 부침가루와는 달리 뻣뻣하고 질기고 맛이 없는 것이다.

딸아이도 먹더니 맛이 없다며 표정이 안 좋았다. 뜨끔 했지만 능청과 호들갑을 섞어서

"어머나 엄마가 우리 딸, 맛있게 해 주려고 더 신경 써서 요것조것 넣었는데 이렇게 돼버렸구나 “

"그래? 그럼 뭐 할 수 없지"

딸아.

미안해.

엄마가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거짓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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