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날씨-오전엔 비가 많이 오더니 점차 줄어듦.
출근하는 오후에는 보슬비로.
직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렸다.
이어서 10분 정도 직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두 갈래.
학교 쪽이냐, 마트 쪽이냐이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서 간다.
둘 다 이동 거리는 비슷하지만, 풍경이 다르다.
마트 쪽은 새로 지은 건물들이 있고 학교 쪽은 천연의 자연이 남아있다.
하루 중 가장 뙤약볕인 오후 두 시대가 출근 시간이니
서있는 건물들 덕분에 조금이라도 그늘이 생겨 있는 마트 쪽으로 택하여 가곤 한다. 땀 내기 싫어서.
하지만 오늘은 햇살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하늘이어서 학교 쪽으로 향하였다.
구절초? 망촛대? 계란 꽃? 늘 이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꽃들이 하늘하늘 춤춘다.
보도블록 틈새로 “나 살아있어요” 인사하듯 삐죽 내민 키 작은 풀들도 눈에 들어온다.
초록 풀 사이사이마다 동글동글 빗방울을 얹고 있다.
오늘따라 싱그럽고 이뻐 보이고 사랑스럽구나! 느끼는 순간, 생뚱맞게도 귀뚜라미가 생각났다.
귀뚜라미가 밤사이 풀잎에 맺힌 빗방울을 먹고 산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확 떠올랐다.
비가 오는 날에는 귀뚜라미가 목이 마르지 않겠구나! 안심하면서도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지렁이가 땅바닥에서 타날까 봐 문밖에 나가기를 주저했던 나.
지금은 귀뚜라미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고,
내가 무서워하는 목록에 지렁이쯤은 축에도 안 끼는 세속인이 되어있으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출근길 풀잎의 빗방울이 어릴 적 단상에 빠져들게 하는 신선함을 선물해 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