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터진 눈물샘
어깨 치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천천히 걸었다.
나무에 붙어있던 잎이 방금 낙엽 신분이 된 것 같은 윤기 있고 촉촉한 잎들이 곳곳에 살포시 내려와 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붉은 잎, 노란 잎들이 자꾸 눈에 띄고 마음이 쓰였다. 걷다 말고 중간중간 무릎을 굽혀 주워 들었다. 참 곱다. 모두 여섯 잎.
집에 들어서자마자 두꺼운 책을 골라 사이사이에 꽂아 두었다. 이로서 올해도 가을의 행사를 빠짐없이 했구나 하는 만족감에 뿌듯했다.
이어서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읽었다.
그런데 웬일! 별것 아닌 것 같은 문장에서 눈물이 솟았다. 연달아 아주 작은 자극점에도 눈물샘이 건드려져서 찔찔 울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닦고 하였다. 솔직하게 써 내려간 저자의 여학생 감수성이 표현된 글에 동질감과 감정 이입이 된 까닭이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앞일을 알 수 없는 막막함, 어두움,
착 가라앉는 마음들, 어른들의 처사로 오롯이 자신이 겪어야 하는 불안, 염려, 기댈 곳 없다는 외로움의 문장들.
그래도 저자는 당시 그 슬픔들을 글로 풀어내었구나.
그 시간들을 나름대로 처방하여 견뎌 내었구나.
나 같으면 꽁꽁 싸매고 덮어 두기만 했을 텐데.
글의 힘이 참 크구나 또다시 절감하였다.
글에 집중하여 그 감정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을 누려 감사하다.
눈물까지 흘리고 나니 뭔가 마음의 때, 불순물들이 싹 씻겨진 개운한 느낌이다.
늘 아픈 어깨는 약물과 물리치료로 나를 돌보고,
독서로 설렘과 웃음과 깨달음, 때로는 오늘처럼 느닷없는 눈물로 감성을 매만지며 나를 돌보는 출근 전 이 시간과 여건에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