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배 정진

108배는 움직이는 명상

by 히나

매일 새벽 정진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108배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되어가는데, 중간에 빼먹기도 하고, 낮에 하기도 하고, 한 달 이상 중지하기도 했었다.


성냥불을 붙이려면 한 번에 탁하고 힘을 주어야지, 천천히 약하게 꾸준히 긁어댄다고 불이 붙는 것은 아니라는 스님의 말씀에 형식만 붙잡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달라지기로 했다.


삶이 나에게 어떤 인생을 선물할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108배를 통해서,

예전에는 삶이 나에게 어떤 것을 줄 지에 대해서 늘 두려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삶이 어디로 갈지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기대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조금씩 채워갈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나도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전념하게 된 지 2년 차.

그러다가 아이가 커가니 교육비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에게 필요한 나의 역할은 줄어들고, 일을 하지 않으니 아이에 대한 집착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느껴지는 요즈음이었다.


그러는 사이 내 나이는 자꾸만 많아지는데, 과연 나이 많은 직원을 좋아할까 하는 걱정이 되어, 내 사업을 고민하다 보면,

내 사업을 하려니, 돈을 투자해야 하고, 돈을 투자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재취업과 내 사업사이에서 계속해서 윤회가 일어났다.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막연하기만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날 내 사업을 위한 일이 하나씩 진행되고 있었다.

두려움이 가득했고, 머릿속으로만 맴돌던 고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때가 되어 인생이 나에게 문을 열어주었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지금 나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식구 보금자리의 보증금인 전세금의 일부에서 사업비를 감당하다 보니, 혹시 실패하게 됐을 때, 우리 가족의 목숨(?)이 달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렇게 전세금을 빼서 투자를 시작하니, 그 두려움을 좀 상쇄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300배 정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300배 정진을 시작한 지 이제 5일 차다.

108배 염주를 세 바퀴 돌리니 정확히는 324배이다.


108 한 지는 엉성하게라도 10년이 넘어서인지, 15분이면 끝이 난다.

그런데 300배를 하려니 두 번도 아니고, 3번이나 염주를 돌린다는 것이 좀 두려움이 있었다.


108배는 이제 너무 가벼워서 끝이 나면 한 5분 몸이 더워지는데, 300배는 마치고 나면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땀이 난다.

염주를 두 바퀴를 돌리고 마지막 세 바퀴째는 다리가 좀 묵직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운동하러 가기가 싫어서 그렇지,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해지듯이,

300배를 하고 나면 운동한 것과 같은 기분 좋음이 올라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이 단단히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광고에 이런 멘트가 있다.

"정말 좋은데,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네",


내 마음이 차오르는 이 느낌은 절을 해봐야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마음에 두려움과 걱정이 있는 분들께 300배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어떻게 좋은지는 본인이 해봐야 느낄 수가 있다.


'두려움, 화남, 걱정'이 모든 감정이 욕심에서 나오는 것 같다.

스님말씀 중에 "우리의 날씨는 해가 쨍쨍한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비가 오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화창한 날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더라도 조금만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는 조금만 올 수도 있지만, 폭우가 와서 다 쓸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폭우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서 그냥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매일매일의 주어진 날씨 안에서 그저 살아가면 되는 것을, 어떤 특정한 날씨를 바라다보니,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108배는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을 숙임으로써 나의 욕심을 내려놓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절을 하면서 나는 내 몸을 숙이고 있다'라고 전혀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내 몸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음으로 해서 잠재의식이 내 안에서 화를 가라앉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주 처음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108배만 하여도 마음이 벅차오르곤 했었는데, 세월이 흘러 내가 좀 안다고 자만을 하였는지, 108배가 너무 익숙해져서 몸이 하나도 힘들지 않아서 인지,

내면이 차오르는 그 느낌을 잊은 지 오래인데,


300배를 하고 몸이 힘이 드니 요즘은 내 안의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면소통'이란 책에서 보면, 움직이면서 하는 명상이 소개된다.

명상이란 결국 내 생각을 내려놓는 것인데, 108배를 하다 보면, 몸이 힘들어지고, 저절로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108배가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너무 괴롭고, 두렵고, 불안하다면, 그냥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일어나서 바로 108배를 시작하기를,

그래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면 300배 500배를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살아있으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하니까,

돈은 잃어버리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잃어버리면, 그대로 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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