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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Feb 06. 2019

6.  에티오피아는 안전한 나라인가?

 지인들로부터 아프리카에서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필자 역시 에티오피아 오기 전 안전 문제를 가장 걱정했었다. 에티오피아 KOICA 선배들의 이야기나 수기를 통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안전사고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15개월 넘게 에티오피아에서 지내면서 필자는 안전과 관련한 여러 문제나 사고를 겪지 않았다. 그리고 생활도 현지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자에게 안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이 아니다. 또한 당연하게도 필자에게 안전 관련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이 나라가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나라의 안전 문제, 특히 외국인이 거주했을 때 직면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에티오피아의 치안 문제는 한국에 비한다면 당연히 좋지 않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선 총기 범죄가 빈번하지 않다. 수도 및 지방 주요 도시에서 총기 범죄는 KOICA 단원 및 한국인 대상으로는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지방 특히 주 경계 지역이나 국경 지대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곳의 경우 소규모이지만 정부 반군이 존재하고 이들은 총을 소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이 나라에서 유명한 화산 관광지인 다나킬 사막(Danakil Desert) 부근에서 주요 코스를 벗어난 독일인 관광객이 지역 게릴라에 의해 총살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 및 지방 주요 도시에서 총기 범죄는 지난 1년 동안 보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총기 범죄는 없지만, 수도 및 주요 도시의 경우 도둑이 많다. 전체 KOICA 단원들에게 거리에서 소매치기, 날치기, 퍽치기 등 다양한 강도를 1년에 10여 회 정도 보고가 되고 있다. 게다가 주택 침입 및 강도도 1년에 평균 3-4회 정도 보고가 된다. 오토바이 날치기로 휴대폰을 도난당한 사건, 가방을 날치기 시도하는 바람에 넘어져 다친 사건, 거리에서 통화 중에 퍽치기 후 휴대폰을 도난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건, 거리 걷다가 가방을 칼로 긋고 소매치기를 시도한 사건 등 상당한 숫자의 KOICA 단원 및 직원들이 지난 1년 동안 거리에서 물건을 도둑맞고 그 탓에 다치기도 했다. 게다가 주택 침입 및 강도도 빈번한 편인데, 한 번은 4인조 강도가 단원 취침 중에 주거 침입을 했고 이후 단원과 몸싸움이 벌어져 그중 한 명을 잡은 사건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국처럼 치안 문제에 긴장을 풀고 행동한다면 목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주택 침입을 당하거나 소매치기를 당해 물건을 도난당했을 경우 도둑들과 협상으로 물건을 주고 되찾는 게 가능한 국가라는 점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물건이 도둑을 맞았는데, 나중에 그 도둑들과 협상해서 물건을 되찾았다는 사건을 꽤 접했다. 게다가 어처구니없는 건, 명백한 도둑임에도 경찰에게 이 상황을 말하면 경찰은 오히려 발을 빼버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즉 강도가 너무나 일반화된 나머지 심각한 범죄로 취급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치안 불안정은 수도 및 지방의 큰 도시의 경우 심한 편이다. 그리고 지방 소도시의 경우 조금 덜하다. 


 그러기에 밤에 돌아다니는 것도 매우 불안한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나 전력 사정이 안 좋고 게다가 가로등도 매우 부족해 수도의 경우에도 밤에는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더욱 범죄의 위협이 높고, 그래서 한국과 같은 Night Life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심지어 지방의 경우 밤에는 운전하는 차량조차 강도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현지 운전자들도 밤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물론 1년 이상 살아보니 일정 부분, 이 환경에 대해 적응을 했다. 그래서 수도에서는 밤에도 그나마 안전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자나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밤에 이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그리고 정말 이 나라는 밤 문화가 발전된 곳이 아니기에 할 게 없다. 차라리 안전하고 편하게 집이나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게다가 아직도 정세가 불안해 시위가 가끔 일어난다. 그리고 몇몇 지방에서는 조악하지만 폭탄 테러가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런 것 모두가 외국인에게는 상당한 안전 위협 요인이 된다. 그래서 KOICA 단원의 경우도 KOICA 단원이 파견된 지역이나 정말 안전이 확인된 특정 관광지 몇 군데 말고는 타 지역 방문 자체가 허용이 안 된다. 게다가 육로 이동의 경우 도로 사정이 열악하지만, 제한 속도가 100인 말도 안 되는 이곳 현지 교통법 덕에 교통사고 발생률도 정말 높다. 정말 곳곳이 안전에 대한 위험도가 산재한 나라이다. 


 다행히 필자의 경우 지방에 사는 덕에 거리가 수도나 주요 도시에서 겪는 강도 문제를 한번 도 겪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주택 침입 강도 사건의 경우 근 3년간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지 않았다. 즉 치안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 대신 안전의 위험 요소는 수도로의 육로 이동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교통사고 위험이 정말 높고, 더 최악인 것은 대부분의 차들이 안전벨트가 고장 나 있다. 그래도 수도를 가야 하는 일이 꾸준하게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육로 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에서는 절대 거리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늘 가방 관리에 신경을 쓴다. 일단은 개인 스스로가 조심하는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가 필자의 경우 남성이어서 덜하지만, 여성의 경우 다양한 성추행 상황까지 겹치게 된다. 개발도상국인 탓에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정말 후진적이기에 여성 단원들이 여러 일을 현지인들로부터 겪고 있다. 언어 추행과 희롱은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 성추행도 상당히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절망적인 현지 사정이다. 우선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면 현지 경찰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피의자 처벌을 위한 체포나 이후의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데 상당히 어렵다. 그러기에 많은 경우 피해자가 체념하고 넘어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러한 성추행이 너무나 만연해서 이를 예방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그래서 정말 여성 단원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어려운 지점들이 많다. 


 그렇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1년 넘게 살다 보면 답 없는 현실 속에서 적응하고 타협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일정 부분 여기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마냥 일련의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불안전한 국가라고 보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분명 한국보다 불안전한 국가임이 확실하나, 살다 보면 그 자체로 살게 되는 부분이 있음을 여기서 배우게 된다. 그러기에 아마도 필자는 이 나라에서 임기를 마치고 또 다른 해외를 가게 된다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적응할 자신이 있다. 확실히 인생은 새옹지마임을 이곳에서 살면서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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