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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Jan 28. 2019

5. 1년 내내 덥지 않은 에티오피아 날씨


 에티오피아에서 지인들과 오랜만에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하면 필자가 겪을 더위에 대해 걱정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오히려 필자는 2018년 여름, 한국의 더위에 대해 걱정했었다. 한여름에도 에티오피아는 평균적으로 25℃에서 최대 30℃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연 평균 기온이 15℃-20℃ 사이를 유지한다. 오히려 아프리카답지 않게 최저기온은 7℃-10℃까지 떨어지기도 해 서늘함을 넘어 추위를 느끼기도 한다. 연교차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일년내 온도가 일정하다. 그러기에 여기는 에어컨이나 히터가 필요 없는 지역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엄청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인위적인 온도 조절 없이도 충분히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축복 받은 지역이다.


 이러한 온도의 축복은 에티오피아 고원지대(Ethiopian Highlands) 덕분이다. 아프리카의 지붕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지역은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를 중심으로 하는 중부부터 북부 지방까지 넓게 퍼져있다. 해발 고도 최저 1,500m에서 최대 4,550m를 아우르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 덕에 1년 내내 온화한 기후이다. 수도 및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Assela의 경우 해발 고도 2,300-2,400m 위치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온도가 유지가 된다. 게다가 고산 지대라고 하지만 4,000m 이하의 지대에서 살다 보니 심각한 고산 증세는 겪지 않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고도 덕에 모기의 위협도 덜한 편이다. 말라리아나 뎅기열이 없지는 않지만, 타 아프리카 국가와 비교 했을 때 빈도나 비율 모두 낮은 편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면적 자체가 한반도 6배가 넘다 보니 지역별 편차가 크다. 특히 해발 고도 2,000m 이하의 지역에서는 아프리카 더위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고산 지대의 특성상 건조한 기후이다 보니, 해발 2,000m 이하 지역에서 경험하는 더위는 건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1,000m 이하 지대에서는 35℃ 이상으로 치닫는 극한의 더위가 있다고 하는데, 필자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평소에 30℃가 넘어가는 일이 없는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2,000m 이하 지대에서 느끼는 더위는 확실히 힘들다. 게다가 아무리 35℃에 육박하는 더위일지라도, 이 나라의 경제 사정상 에어컨을 가동하는 실내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더위를 피할 수단은 오로지 선풍기가 전부이다. 이런 지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온도의 축복과는 별개로 날씨는 에티오피아에서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일단 에티오피아 날씨도 일관적이다. 1년을 거주한 경험에 의하면 6개월은 건기여서 해가 쨍한 맑은 날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머지 6개월은 우기이고 그 탓에 계속 흐리고 하루에 1-2시간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진다. 물론 현지인들은 이러한 단조로운 날씨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눈다. 게다가 이렇게 날씨가 6개월 건기, 6개월 우기로 나눠진 것은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우기가 사람을 힘들게 한다. 특히 이곳의 우기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열대 지방에서 우기에 자주 관측되는 스콜(Squall)이 아니기에 더 힘들다. 이곳의 우기는 한국의 장마와 비슷하다. 비가 오기 전 3-4시간이 우중충하고 1-2시간이 비가 온 뒤에 다시 개기까지 1-2시간이 걸린다. 만약 주간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면 종일 구름이 잔뜩 낀 흐리기만 하다가 해가 진다. 이게 우기에서 마주하는 일상이다.


 이러한 우기를 한 번 경험하고 보니, 맑은 날 햇빛이 주는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 건조한 지역이기에 우기에도 습하고 찝찝함이 한국보다는 덜하다. 그러나 매일 같이 우중충한 날씨 속에서 한두 달도 아니고 6개월 넘게 생활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도로포장이 잘 안 되어 있고 대부분 도로가 아직도 비포장이기에 비 온 뒤 엉망이 된다. 그러니 외출도 쉽지 않다. 이렇게 한 번 우기를 겪고 나서 건기가 시작되자 기쁜 마음과 동시에 앞으로 또 겪을 우기에 대한 걱정이 들게 되었다. 정말 우기가 너무 길고 지난했다. 역설적인 것은 현지인들은 비를 맑은 날씨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건조한 기후 특성과 내륙 국가라는 특성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만나서 현지인들은 비 오는 날씨를 ‘좋은 날’이라고 표현한다. 만약 비가 오고 흐린 날이 하루 이틀이라면 이 의견에 동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경험한 우기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그런데도 에티오피아 날씨는 한국처럼 연교차가 심한 곳에서 살다 온 사람이면 정말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극단적이지 않은 기온,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날씨는 일상에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 된다. 물론 지난한 우기를 어떻게 덜 스트레스 받고 잘 보낼 것인가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도전 과제이다. 냉방과 난방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이 높다. 게다가 이곳도 기후 변화 영향을 받고 있지만, 변화의 폭이 타 국가들에 비해서는 적은 점도 감사한 일이다. 아프리카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아프리카 날씨와는 완전히 다른 에티오피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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