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0 리뷰

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3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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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인생을 살아가는 힘.

“세상이 둥근 것처럼 우린 동글동글 인생은 회전목마, 우린 매일 달려가 언제쯤 끝나, 난 잘 몰라”

-sokodomo ‘회전목마’ 中-

개인적으로 OST 여운이 짙은 영화를 좋아한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영화가 환기되며 그 순간만큼은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라 즐겁기 때문이다. 3670의 엔딩에 등장한 ‘회전목마’는 영화의 화룡점정이자 주제 의식이었으며, 관객에게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음악이었다. 탈북자와 성소수자(게이)의 주인공 철준(조유현 扮)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엔딩의 OST로 귀결되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영화는 베드신으로 시작한다. 노골적일 수 있는 소재를 성적인 ‘현타’를 관객에게 전달해 철준의 불완전함을 표현한다. 시작부터 드러나는 철준의 소수자성은 자연스럽게 3670에서 녹아져 있다. 철준의 탈북 이력은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팔리는’ 아이템이 되고, 동시에 게이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영준(김현목 扮)은 철준의 북한이탈주민 모임에서는 ‘부러움’의 존재가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중첩된 소수자성을 영화의 갈등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는 덤덤하게 철준의 삶을 보여준다. 소수자성을 인지하지만, 매몰되거나 좌절하는 요소가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한다. 무엇보다 중첩된 소수자성에서 동시에 성장하는 모습을 영화에 담아낸다. 3670의 가장 큰 매력이 이 등장인물의 성장을 2시간 동안 관람하는 것이다.


철준은 영화 초반에는 자신의 일터서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고객과 단절된 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비친다. 또한 대중교통에서 상당수가 음악을 듣는 행위를 관찰자로만 그려진다. 나아가서 친구 영준에게 음악 감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준에게 받은 마지막 선물이 MP3 플레이어였고 자연스레 음악 감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 3670은 단순히 외향적 성취와 성공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면적 성장을 설득력 있게 연출로 표현한다. 이런 성장을 보여준 덕에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마냥 행복한 엔딩은 아니지만, 희망적인 결론을 추론하며 영화를 회상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면서 소수자들이 정체성을 세밀하게 담아낸 점이다. 주인공 철준이 참여하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영어 수업에서 ‘Where are you from?’ 평범한 질문에서 질문자 의도와 상황에 맞는 답변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동시에 현대인이 갖는 평일의 피로와 고됨을 공감하면서도 성소수자 게이는 종로에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알려준다. 또한 취업 준비생 영준의 고민을 통해서 현재 20대의 고민과 현실에 대한 고민도 담아냈다. 3670은 소수자의 삶만 부각해 관객이 타자화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결국 이들의 일상이 관객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영화로 표현했다.

더불어서 3670은 기존 소수자 담론과 영화적 클리셰의 활용보다는 실제 당사자성을 반영한 노력이 빛난 영화였다. 게이를 등장시키는 데 있어서 단순히 로맨스에만 다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로맨스를 배제한 커뮤니티에 집중한 점이 인상 깊었다. 현시점 기준의 퀴어 커뮤니티의 내밀한 점을 영화에 담아냈다. 관객은 커뮤니티 특징을 모르는 관객이 봤을 때는 신선한 요소를 영화로 알게 된다. 술벙개, 또래모임, 심지어 다크룸까지 기존 퀴어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장치들을 영화에서 자연스레 보여줘 영화의 가치를 올려줬다. 더불어서 북한 이탈주민의 커뮤니티도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담아내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많다는 명제를 3670을 통해 오랜만에 느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가 소수자 집단에 갖는 중요성에 대해 영화 전반을 통해 담아낸 감독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관객은 2시간의 영화 상영 시간 동안 북한이탈주민과 성소수자와 연결되는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데, 3670에서는 영화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의 관계성이 우리 일상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나타난 철준의 북한이탈주민 친구에게 커밍아웃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준 꽤 중요한 Kick으로 자리매김했다.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한국 교회에서 시작하는 구성 요소는 단순 연출 장치가 아니라 신앙과 철학까지 연계한 영화의 주제 의식까지 맞닿은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조연의 이야기들을 통해 소수자성의 어려움을 은유하는 장치들이 영화 내내 발견할 수 있어서 감독의 세밀함에 감탄하면서 보게 됐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의도가 있으리라 보이지만 해석할 수 없는 요소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카메라 워킹이다. 일반적으로는 삼각대를 활용해 안정감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구도의 상당수가 무빙을 기반해 출연진을 담는다. 스토리상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도 보이지만, 빈도와 분량이 평균보다는 많은 편이라 연출 의도가 가장 궁금한 요소였다. 그리고 게이클럽 다크룸의 제시에 있어서 감독의 깊은 고민이 담긴 요소지만,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 호기심이 들었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의 은어에서 차용된 영화 3670은 박준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조금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로부터 삶에 대한 철학과 고민 그리고 중첩되는 관점이 영화에 너무나 잘 녹아 있다. 그 덕에 관객은 3670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비록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전목마 인생에서 달려갈 희망을 품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자 작품성이라고 생각한다. 3670의 뜻을 아는 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주어진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길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게 돼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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