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3
침몰하는 세계에 대한 고찰
소설 ‘동생’은 1997년 영국 지배를 받은 홍콩이 중국으로 양도 된 해에 태어난 12살 터울 동생 탄커러와 누나 탄커이의 성장사를 기반으로 홍콩 청년의 삶을 은유한 작품이었다. 출판사 유튜브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민음사TV ‘2025 서울국제도서전 후기’ 영상을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됐다. 유튜브에서 홍콩 출신 작가 찬와이(Chan, Wai-Yee)가 ‘홍콩에 바치는 애도의 작품’이라는 소개가 이 책을 읽은 동기가 됐다. 소설 ‘동생’은 자부심이 묻어나는 홍콩의 배경이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이었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갈등을 담아낸 사실적인 가정 풍경 묘사도 흥미로웠다. 특히 소설 초반 12살 터울의 동생에 대한 무조건적인 누나의 사랑과 이에 반응하는 동생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 그렇지만 소설 중반부터 그려지는 홍콩의 슬픈 현대사가 이 소설의 핵심이었다. 작가는 마치 독자가 에세이와 르포를 읽는 기분이 들도록 악화하는 홍콩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담았다.
소설 ‘동생’은 2019년 결과론적 실패를 겪은 ‘우산혁명’의 좌절된 홍콩 청년 서사에 대한 고발이자 위로였다. 강압적인 폭력과 불의에 최선의 저항에도 달라지지 않고 절망적인 현상을 목격한 수많은 홍콩 청년의 좌절과 우울감이 소설에 가득 담겨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누구도 위로할 수 없다’로 정리한다. 소설과 현실을 모두 아는 독자라면 작가의 표현에 착잡하며 공감하게 된다. 실제 작가 역시 우산혁명 이후 홍콩 및 중국 정부에 의해 타이완으로 이주해야 했다. 평생을 살아온 환경이 부정당하며 같이 지낸 이들과 입장이 갈라지며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홍콩 시민의 좌절감 깊이가 소설에서 느껴졌다. 작품서 동생 탄커러는 이러한 우울감을 가리켜 ‘블랙홀에 빠졌다’라고 말한다. 자연스레 독자는 이 상태가 등장인물을 넘어 홍콩 전체에 대한 표현임을 공감하게 된다. 또한 독자는 이러한 좌절과 낙망의 원인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되지만, 공감과 실감할 수 없음을 동시에 깨닫게 된다.
2024년 12월 지나온 대한민국 시민에게 소설 ‘동생’은 안도의 매개이자 연민과 연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피로 쓴 현대사 덕분에 2025년 홍콩 시민과 대한민국 시민은 완전히 다른 기본권과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더 감정이 복잡해진다. 단순히 연민의 감정 외에 홍콩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대한민국 시민이 할 수 있는 연대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렇지만 작가 찬와이는 이 소설의 결말에서 ‘하루하루가 다 관건’이라는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홍콩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담아냈다. 소설 ‘동생’은 침몰하는 세계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른 국면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