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4
새로운 소설의 시작
성해나 소설집 ‘혼모노’는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며 되는데’ 문구에 현혹돼 읽은 작품이다. 이 소설집의 첫 작품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를 읽으며 2024년 영화 ‘파묘’의 ‘험한 것이 나왔다’ 대사가 떠올랐다.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가 과장이 아니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감탄했고 놀라웠고 즐거웠다. 한국 현대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를 알게 된 기분이었다. 한국 현대소설의 팬으로서 ‘혼모노’ 와 유사한 주제는 자주 만났으나, 이런 전개와 서사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낸 ‘성해나 작가’는 이번이 처음 만났다. 매 이야기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밀도 높은 묘사를 그려냄과 동시에 주인공 내면을 외부의 시선으로 설득력 높게 표현했다. 동시에 현재의 풍경을 영화처럼 담아내 독자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동시대에 대한 고찰을 병행하게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독자는 ‘혼모노’에 ‘몰입’하게 되고,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를 찬찬히 곱씹고 즐기며 느끼는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각각의 이야기가 충분히 당위성 있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이었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는 영화 감독을 추앙하는 팬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직면하며 붕괴하는 서사가 놀라웠다. ‘스무드’에서는 태극기 집회에 휘말리게 된 한국계 미국인을 등장시키면서 제삼자의 시선을 통해 극우 집회에 대한 관찰과 감정선을 묘사한 게 인상 깊었다. ‘혼모노’는 무속 신앙에 대한 흥미로운 서사와 동시에 강렬한 결말을 통해 왜 이 책이 ‘혼모노’로 결정됐는지 공감하는 장이었다. ‘구의집 갈월동 : 98번지’는 남영동 대공분실 모티브를 통해 서사의 확장성과 인간에 대한 탐구력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우호적 감정’은 평범한 직장인이 겪는 일상에 대한 묘사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감정과 탐욕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가 눈에 들어왔다. ‘잉태기’는 가족 갈등의 서사와 위기의 결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메탈’은 소박한 시골 풍경과 대립하는 헤비메탈 음악 밴드의 서사를 담아냄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 변화하는 인생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혼모노’를 통해 주목하고 지켜봐야 할 작가를 알게 됐다는 사실이 기쁘다. AI 시대 속에서 새로운 창작자의 등장 소식을 앞으로 얼마나 더 반가워할 수 있을지 위기감이 있기에 더 반갑다. 작가의 말에서 성해나 작가가 언급한 ‘모구를 쏟아낸 작품’이라는 문장이 오래 남는다. 새로운 시대에 창작자의 입지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뛰어난 신진 작가의 탄생에 안도감을 느낀다. 아직 우리는 AI가 아닌 사람이 쓴 새로운 이야기를 조금은 더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