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6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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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연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담담한 위로

김애란 작가는 신간 소식을 보면 가슴 설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학부 시절 교양 수업에서 처음 배운 '달려라 아비'를 읽으며 작가 특유의 문체, 유머,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에 반했다. 이후 계속해서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사회가 가진 아픔과 소수자에 늘 주목해 이들의 시선을 소설로 담아내는 작가의 노력을 존경하게 됐다. 무엇보다 김애란 작가의 담담하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작품 속 화자와 함께 희로애락을 느꼈다. 이번 신간 '안녕이라 그랬어'는 김애란 작가 본인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았으며 성장과 성숙미가 가득 담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설 속 화자가 아픔과 고통 속에서 방치되지 않고, 일말의 희망 혹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큰 위로가 됐다.


작가로서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뭔가 뺏고 싶다면 그에게 먼저 그것을 주어라

이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의 제약이 생기자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그들만의 '홈 파티'를 개최해 그들끼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상류층이 바라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선적 시선과 동시에 이러한 위계를 이용하는 이들의 행태를 은유한다. 특히 '홈 파티'를 개최할 수 없는 성민의 상황과 연기 배우의 명성 덕에 이 '홈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는 이연의 상황이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홈 파티'의 분위기를 다양한 이야기들이 흩어지고 모이는 가볍게 보이지만 긴장감 넘치는 모순을 작가는 절묘하게 글로 담았다. 무엇보다 고아원 아이들의 명품 가방을 주제로 벌어지는 대화는 이 소설의 절정이자 주제 의식이다.


'별 차이'에 대한 감각이 지호와 나의 큰 차이였다.

소설집 두 번째 작품 '숲속 작은 집'은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젊은 부부 은주와 지호가 비행기로 7시간 떨어진 나라 산촌에서 장기 투숙을 하며 겪은 일이 소설 배경이다. 은주와 지호의 가족 배경에서 기인한 생활 방식의 차이가 만들어낸 미묘한 갈등이 이 소설의 주요 갈등이다. 숙소 정리를 도와주는 이에 대한 호칭, 팁에 대한 태도 등 사소한 요소를 은주는 나름대로 신경 쓰는 반면, 지호는 무관심하거나 은주의 태도를 오히려 힐난하기도 한다. 동시에 은주가 처한 불안정한 지위 그리고 가정 형편 등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물을 대표하고 있다. 특히 은주는 직업의 고하를 막론하고 늘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이 아낀 기념품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서는 자연스레 숙소를 정리해 주는 분을 의심하는 과정도 역설적이면서 공감 가는 전개였다. 사람에 대한 마음과 태도에 대해 환기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세 번째 작품인 '좋은 이웃'은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가장 마음이 가고 공감이 간 작품이었다. 김애란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를 휘몰아친 부동산 광풍 속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주목한다. 성실하게 인류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과 남편이 부동산 양극화 속 느끼는 좌절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복잡한 계층 갈등을 묘사한다. 이 소설의 정점은 주인공의 도덕과 인류애 실천의 보루였던 장애 학생 '시우'가 청약 당첨으로 신축 아파트로 옮기면서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있다. 이 작품은 층간소음 문제에서 시작해 부동산 문제를 거쳐 주인공이 잃어가고 있는 인류애에 대한 통찰이 절절하게 와닿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나이 드니 마음이 넓어지는 대신 얇아져서 쉽게 찢어지더라.

김애란 작가는 언제나 소설에서 최신 트렌드를 작품에 활용한다. 네 번째 작품 '이물감'은 SNS가 작품의 매개가 돼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저축은행의 과장 직급인 기태는 우연히 SNS를 활용해 이혼한 부인 희주 소식을 접하게 된다. 동시에 기태는 회사에서 돌싱녀인 지수를 파트너로 만나고 있다. 김애란 작가는 변화된 문화와 트렌드를 소설 속에 녹여냄과 동시에 그 속에서 변하는 인간 감정에 대한 내밀한 고찰을 던져낸다. 이번 작품은 '이물감' 외에도 주인공의 연령대가 30~40대인데 작가의 경력이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 있어서 흥미롭다. 그 덕에 소설의 소구 대상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됐다. '이물감'을 통해 연애의 감정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배우게 됐다.


종일 책방을 지켜도 손님 한 명 오지 않을 때 기진은 한때 자신이 동경하고 사랑했던 문장에 기대 하루를 건넜다.

다섯 번째 작품 '레몬케이크'는 김애란 작가의 전개 방식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 작품이다. 주인공 기진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여행 전문 서점을 오픈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 와중에 노년의 어머니 선주는 난청으로 인해 기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진은 우여곡절 속 서점 오픈 1년 기념식에 유명 여행 작가 서인주 북토크를 성사시키게 됐다. 그러나 같은 날 동시에 선주의 정기 진료를 돕는 상황이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다. 기진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상황을 해결해나간다. 그렇지만 예상 밖의 일이 기진에게 닥친다. 과거 김애란 작가라면 어쩌면 기진은 퍼펙트 스톰 같은 상황에서 녹다운 되는 상황을 부여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담담함과 초연함 사이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런 변화가 독자에게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라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다.


이미 많은 걸 잃었다 여겼는데 여전히 잃을게 남은 삶 속에서, 자꾸자꾸 잃는 과정에서,

여섯 번째 소설이자 책 제목인 작품 '안녕이라 그랬어'는 언어 교환 수업을 기반으로 감정의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은미는 오랫동안 부모님의 병간호로 지친 심신을 언어 교환 수업으로 극복해 나간다. 앱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수업 속에서 공유되는 감정에 대해 김애란 작가는 절묘하게 포착해 냈다. 동시에 은미는 전 연인인 헌수를 회상하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 어떤 작품보다 주인공의 감정선 농도가 높다. 그런데 이런 감정의 교환이 앱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노래와 가수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완벽하게 일치되는 음악이 나오지 않아 소설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어 약간은 아쉬웠다. 김애란 작가가 다루는 인간 감정과 공감대 형성과 관련한 필력에 다시 한번 놀라며 읽었다.


더불어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마지막 이야기 '빗방울처럼'은 전세 사기를 전면으로 다룬 이야기다. 지수와 수호는 마음에 드는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고 운 좋게 아파트 청약에 당첨까지 되지만 이들은 전세 사기에 휘말린다. 김애란 작가의 장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이 작품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내 준다. 동시에 전세 사기와 청약 당첨이라는 극단성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지적한다. 동시에 이런 시류의 변화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감성을 내밀하게 소설로 녹여냈다. 이외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 사회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던져준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을 더해준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매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고 안타까워하고 놀랐다. 김애란 작가의 문체에 감탄하며 작가의 시선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했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이 작품에 반영돼 독자들이 우리 사회가 가진 아픔과 약자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감동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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