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리뷰

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6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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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압도당하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을 봤다. 극장 시스템 오류로 영화 상영 초반 10분간 사운드 장애가 있었다. 예술 영화로 유명한 극장을 첫 방문이었는데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조정을 거쳐 사운드는 복구가 됐다. 그리고 극장을 나설 때는 영화 초반의 에러로 극장에 컴플레인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영화에 완벽히 압도당해 영화의 감정과 기분 속에서 부유하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윤가은 감독의 전작 <우리들>, <우리집>을 본 입장에서 이런 영화를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2025년을 상징할 영화로 <세계의 주인>을 평하고 싶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를 볼 예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기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번 <세계의 주인>도 치밀한 현실감을 재현해 냈다. 2025년의 고등학교 교실 풍경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풋풋함과 생기발랄함 속에서 전해지는 에너지가 영화 전반에 가득 담겨 있어 관객에게 향수와 행복감을 전해준다. 동시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을 말 그대로 아름답게 담아냈다. 특히 감독은 가족의 형태에 대한 정상성을 탈피함과 동시에 이들의 존재가 관객 주변에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맥락을 담아냈다. 그러면서 조금은 다른 형태의 가족이 겪는 편견 어린 시선도 놓치지 않은 감독의 세심함이 놀라웠다.


연출적으로도 이 영화는 새로운 장을 그려냈다고 본다. 기계식 자동 세차장을 활용한 영화의 연출은 압권이었다. 마치 같은 차에 탑승해 주인공의 감정을 받아내는 듯한 이 연출을 보면서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더불어 미지의 영역에 있는 제3의 인물을 최종적으로 주인공의 친구들에게 이입하면서 결말을 제시하는 방식 역시 놀라웠다. 일상에서 대중이 쉽게 갖는 편견에 감독은 고민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영화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이러한 천재적인 연출을 담아내면서도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평화롭고 에너지 넘치는 학교와 청소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게 이 영화의 백미다. 이외에도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진의 비언어적 연기가 주는 의도와 의미가 정말 깊고 울림이 있게 전해지는 부분도 많은 영화였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극장 시설 오류로 놓쳐버린 초반 10분 외에는 스크린만 주목해서 봤다. 그리고 사실 그 10분의 대화가 너무 궁금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세계의 주인>은 한국 영화가 봉준호, 박찬욱 감독 외에 새로운 루키가 없다고 불평하는 평론가들이 봐야 할 영화다. 대한민국 영화는 계속될 수 있다는 저력을 윤가은 감독이 이 영화로 보여줬다. 부디 이 영화가 단순히 한국 인디 영화계의 화제작을 넘어서 한국 영화의 화제작으로 부상하길 기원해 본다. 깊어지는 가을 <세계의 주인>도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극장에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누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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