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7
쫓겨난 자들의 잊힌 기억을 읽다
개인적으로 건축 및 도시 사회학에 대한 도서를 꾸준히 읽는 편이다. 하지만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은 기존에 읽은 책과는 결이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은 주간지 시사인 추천 도서 중 소개 글이 흥미로워 읽게 됐다. ‘쫓겨난 자들의 잊힌 기억을 찾아서’가 부제인 이 책은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님이 취재하고 연대한 서울의 동네 르포르타주가 담겨 있다. 서울의 11곳을 다루며 그곳에서 벌어진 철거와 퇴거 역사 속 빈곤 문제, 투쟁과 연대의 이야기를 당사자 인터뷰를 포함해 담아냈다. 시사 문제에 늘 관심을 두고 산 입장이었지만,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이슈들도 있었고, 한창 사회적 문제로 세간의 관심을 끈 사안이었으나 해결 여부를 잊고 있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서울이 외면하고 내가 무지했던 사실을 마주하게 됐고, 부끄러움이 중첩되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울을 정말 좋아한다. Dynamic Korea의 수도답게 서울의 변화무쌍함은 좋든 싫든 비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서울의 기질이 약자에게 얼마나 냉정하고 비정한지 실감하게 해준다. 특히 대다수 사람에게 평생 한 번도 겪기 힘든 강제 철거와 퇴거 문제가 어떤 이들에게는 빈도가 높거나 심지어 대를 이어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저자가 환기해 주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누군가의 삶이 위태로울 때 바로 옆 내 삶은 그토록 평온했다는 것이 두렵다. 타인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평화는 가짜일 텐데, 이 평화를 의심 없이 즐겼던 시간은 진짜로 달콤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그들의 무덤 위에 세워진 것이다.”
꾸준하게 활동가로 도시의 주거 약자 강제 철거 현장에 연대한 저자마저도 늦게서야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발견했을 때 겪은 감정을 토로한 문장이었다. 서울은 변화무쌍했고, 그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다수였으며 그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서울의 변화무쌍함이 지닌 무서움에 대해 이 책은 알려줬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풍요가 아닐까”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건축과 재개발 문제를 다룰 때 저자가 던진 비판이다. 2025년에도 서울의 부동산은 폭등하고 있다. 이 광풍은 자연스레 약자를 위협하고 이들을 서울 밖으로 쫓아내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오히려 해로운 쪽은 이런 가난한 친구들이 아닌 세상이었다.”
노숙자, 쪽방촌, 노점상 등 서울 시민 상당수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을 다루면서 저자는 오히려 냉정한 비판을 던진다. 이 문장을 보면서 자연스레 서울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된 ‘차가운 X들의 도시’ 밈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다행히 이 책은 단순히 냉정한 서울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연대를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다뤄줘 희망을 품게 해준다. 현실적인 문제와 이상적인 갈등 등 읽는 내내 도전과 괴로움을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