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8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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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


트위터(現 X)에서 회자되는 도서를 종종 사는 편이다. 『아무튼, 디지몬』도 다수의 트위터리안이 추천을 해줘 타임라인에 며칠 동안 바이럴이 된 책이다. 어린 시절 종종 본 애니메이션 ‘디지몬’이 제목에 등장했고, 작년에 정보라 작가의 『아무튼, 데모』를 읽으며 ‘아무튼’ 시리즈의 유쾌함과 유익함을 이미 알고 있어서 구입했다. 더불어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과 『나인』을 읽으면서 작가의 매력을 이미 알고 있기에 에세이에 호기심이 생겼다. 자연스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책을 덮으면서는 그 어떤 에세이보다 깊은 메시지에 놀랐다. ‘디지몬’으로 이렇게 삶과 인생을 관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아무튼, 디지몬』은 SF작가로서 영감의 시작에 대한 질문에 <디지몬 어드벤처>로 답한다는 작가의 얘기에서 시작한다. 천선란 작가는 ‘디지몬’이 작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넘어서 인생의 동반자로서 역할이었음을 고백한다. 동시에 『아무튼, 디지몬』은 소설가가 문장을 벼려서 자신의 인생을 에세이로 녹이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지 독자에게 보여줬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작가가 겪은 타고난 우울감과 공황에 대한 경험을 ‘언제라도 떠나면 된다는 마음으로, 땅에서 한 발 뜬 채 사는 기분이었다. 산뜻했다.’라고 표현한다. 더불어 작가는 이런 어린 시절을 반추할 때 ‘그래서 나의 고독은 사건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다. 그저 특정한 시기에 발현됐을 뿐이다.’라고 평가한다. 문장마다 작가의 삶이 담겨 있고 고스란히 독자가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은 『아무튼, 디지몬』이었다.


무엇보다 『아무튼, 디지몬』은 천선란 작가의 담담한 가정사의 고백을 통해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을 묵직하게 전달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21살 아직은 어린 나이에, 작가의 어머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와 원인 불명의 치매로 가족의 돌봄 노동이 필요한 상태다. 이 상황 속 작가의 삶의 부침과 난관이 <디지몬 어드벤처>의 주요 에피소드와 결부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아무튼, 디지몬』의 주제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의 아버지가 작가에게 던져준 한 마디는 이 책의 백미였다.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물론 엄마에게 더 좋았겠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최상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지 …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이러한 문장을 『아무튼, 디지몬』에서 만날 때마다 삶과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가치를 환기하게 됐다. 더불어서 단지 후회와 가정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순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작가를 볼 때 더 깊이 공감하게 됐다.


“꼭 책을 읽어야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너 한글 쓸 줄 알잖아. 그럼 됐지.”

천선란 작가가 작가의 꿈과 진로를 고민할 때 친구가 해준 조언이 『아무튼, 디지몬』에 나오게 된다. 이 조언 덕에 작가는 앞서 언급한 『천 개의 파랑』을 시작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유망 SF 작가로 활동하게 됐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 친구분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동시에 『아무튼, 디지몬』이 없었다면, 단순히 ‘천선란 작가’를 재밌는 소설을 선사해주는 소설가로만 이해했을 것이다. 이 책 덕분에 기존에 읽은 소설 속 작품의 분위기와 인물의 성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계기가 됐다. 여러모로 고맙고 신선한 에세이였다. 이 책을 읽게 해준 익명의 트위터리안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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