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영화 리뷰 Vol.7
아름다운 동화가 선사하는 선함의 힘
일반적으로 영화는 주제 의식이 뚜렷할수록 관객 이해도에 반비례해 흥미도가 떨어질 위험이 높다. 예상 가능한 전개거나 이야기 흐름이 단순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탄탄한 뮤지컬 연출로 극의 흥미도를 다져온 '위키드' 시리즈는 오랜만에 뚜렷한 주제 의식을 보여주며 영화의 재미를 살린 영화였다. '위키드: 포 굿'도 전작의 흥미도를 살리면서 뚜렷한 주제 의식, '다양성의 존중'을 영화 전반에 보여준 작품이었다.
'위키드: 포 굿'은 오즈의 '마법사'의 진실을 알게 된 '엘파바'와 이를 숨기기 위해 '사악한 마녀(Wicked)'로 몰아가는 이들의 대립 이야기다. 뒤틀어진 선악 관계 속에서 권선징악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과 다층적 성격을 가미한 '글린다'를 배치해 영화 스토리의 깊이감을 높여준다. 특히나 'Wicked'에 대한 프로파간다 속에서 '동물'을 혐오하고 탄압하는 영화의 연출은 그 자체로 2025년 관객에게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하게 된다. 특히 원작과 동일하게 서구권 어린이들에게는 익숙한 설정인 '오즈의 마법사' 동화를 액자식으로 구성해 연출한 장면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무엇보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뮤지컬 넘버를 아름다운 영화 화면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다. 일단 Cynthia Erivo, Ariana Grande를 비롯한 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이 좋았다.
이 영화는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다양성의 존중'을 영화 내내 핵심 주제로 설정하고 주인공은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동시에 '선한 의도와 행동'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를 영화 속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줘 관객에게 주제 환기를 만들어준다. '엘파바'는 선한 의도로 동물을 구하고 마법도 사용하지만, 애석하게도 구해준 동물은 '겁 많은 사자'가 되고 마법은 '양철 사나이'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갈등의 정점은 결국 영화 제목처럼 'Wicked'가 되겠다는 '엘파바'의 선언까지 이어져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전해준다. 다행히도 영화는 '엘파바'가 자신의 희생으로 모두를 구하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희생 덕에 영화의 주요 차별과 배제의 대상인 '동물'을 'All OZ citizens'로 대우하는 변화로 긍정적인 이야기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동시에 '엘파바'와 '피예로'의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관객에게 여운을 전한다.
1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보는 내내 '다양성의 존중'에 대한 영화의 메시지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된다. 뮤지컬이나 원작 소설을 보지 못했다면 '엘파바'와 '피예로'의 관계 설정과 결론은 상당히 신선한 전개로 해석할 관객이 많을 것이다. 동시에 '동물'에 대한 탄압을 하면서 '착한 사람'을 주장하는 '마법사'의 대사 속 모순도 그 자체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외에도 '위키드'로 몰아가려는 '마담 모리블'의 프로파간다 설정도 단순한 영화적 요소로 지나칠 캐릭터는 아니다. 특히 결론이 '진실'은 사라지고 결국 '글린다'의 새로운 '선한 행동'으로 재편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진실과 정의’보다 '모두에게 좋은 것'이 중요하게 보이는 설정이 현실 풍자의 정수라고 생각된다. 연출과 연기 그리고 스토리 모두 아름다운 동화 속 세상을 보여주지만, 영화를 조금만 더 심도 있게 본다면 이 영화가 내포한 메시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 최승자, '20년 후의 자신에게'
최근 여러 언론에서 회자된 2025년 가을의 교보생명 글판 문구가 영화를 다 보고서 생각이 났다. '위키드: 포 굿'은 어느 영화가 말하듯 우리네 인생을 담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김새로 평생을 놀림받고 위축받은 '엘파바'의 인생이 있고 주위 사람에게 늘 사랑받고 자라 늘 최선을 다해 남을 대해주는 '글린다'의 삶도 있다. '엘파바'는 비록 평생을 손가락질 받았지만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론 선한 의도와 다르게 최악의 결과를 마주해 남을 실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글린다'는 사랑받고 싶고 착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것에만 몰두해 '악'에 협조하고 타협하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영화 2편을 통해 이런 주인공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게 됐고, 자연스레 우리네 인생의 '아슬아슬함'을 생각하게 된다. '위키드: 포 굿'을 보면서 'For Good'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방향성이 어디인지 확인해보고, 마지막으로 그 방향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는 사유로 영화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