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9
- 건축은 인간을 위한 찬가다 - 김중업
《대전 건축 여행》으로 알게 된 김예슬 작가의 《서울 건축 여행》을 드디어 읽었다. 서울의 근현대 건축물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반추하며 우리의 현재를 환기하고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가 인용한 김중업 건축가의 격언을 책을 통해 알게 된 건축물들에서 자연스레 실감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근간을 만든 주요 건축가 김중업, 김수근 그리고 박인준의 작품을 이 책 덕분에 배우게 되어 유익했다. 김예슬 작가의 작품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근현대 건축물을 '오래된 건물'로만 치부했다. 작가의 두 책 덕분에 '건물에 깃든 역사'가 주는 흥미를 배우게 되었다. 오며가며 지나치기만 했던 몇몇 건축물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으니 새삼스러운 반가움도 느꼈다.
《서울 건축 여행》은 테마별로 건축물을 구분해 역사를 톺아주고 주변 건축물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준다. 무엇보다 건축물을 통해 건축주, 건축가 그리고 실제 거주자의 마음을 추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미시사의 영역에서 풀어지는 이야기가 즐겁게 다가온다.
'건축가에 대해 단순히 나쁜 점만 말하거나, 좋은 점만 보며 감탄하는 것은 아쉬운 감상법이다.'
무엇보다 김예슬 작가가 책 전반에서 보여주는 객관적이고 통섭적인 사유로 건축물을 해석하는 태도가 좋았다. 논란의 여지가 큰 건축물과 건축가에 대한 작가의 입장 덕분에 다시 한번 우리 역사와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건물이 없다면 그 끔찍한 역사를 말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자연스레 작가가 일제 강점기 건축에 대해 내린 의견에도 공감이 간다. 특히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은 건축주 국가에 따라 현재의 처우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서구 열강이 선교에 기반해 세운 교육·의료 시설은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남아있거나 복원되지만, 일제의 수탈 관련 시설은 없애거나 방치되고 있었다. 슬픈 역사 속 복잡한 감정 속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맥락도 환기되는 지점이었다.
이번 《서울 건축 여행》은 지난 10월 대전의 한쪽가게, ‘대전건축여행답사’에 참가하면서 작가에게 사인까지 받은 책이었다. 오랜만에 책으로 근대 건축물의 역사를 만나 즐거웠다. 책을 덮자 작가가 주요 건축가의 작품 소재지를 묶어놓은 것이 나와 반가웠다. 앞으로 서울을 좀 더 재미있게 여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