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이후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 11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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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이후 유감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 이제 막 지났다. 개인적으로 2024년 12월 3일 너무 피곤한 탓에 비상계엄 선포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를 확인했을 때의 황망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떻게 감히 대통령이 비상시국도 아닌 상황에서 계엄령을 발동해 국회에 군인을 투입할 명령을 내렸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12월 7일 투표 불성립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개표하지 못한 순간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서 지켜보며 차오르는 분노를 곱씹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당시 박찬대 원내대표의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에서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문장을 인용하며 "저는 이번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겪으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입니다."의 연설을 광주 금남로에서 들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다행히 대한민국 국회는 윤석열 씨를 탄핵했다.


2024년 12월 3일 애국가의 "하느님이 보우하사" 가사처럼 용감한 시민과 최선을 다한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들 덕분에 2025년 12월이 있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2024년 12월 14일 대한민국 국회가 윤석열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후,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속에서 많은 시민은 광화문으로 남태령으로 한남동으로 모였다. 춥고 막막한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은 "윤석열 탄핵""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며 '응원봉'을 들고서 연대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탄핵"을 바라며 모인 이들이지만 2024년 12월과 2025년 상반기 투쟁이 필요한 현장의 연대를 아끼지 않고 가지각색의 지원으로 '행동하는 시민'의 힘을 보여준 이들이었다. 그러기에 학계는 <광장 이후>와 같은 주제로 요동치는 정국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한 연구와 정리가 필요했고, 책이 출판됐다. 4명의 공저자 신진욱, 이재정, 양승훈, 이승윤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책은 양승훈 연구가가 작성한 '2030 남성 프레임 전쟁 – 그들에게는 없는 응원봉' 장으로 인해 발간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본다.

양승훈 님은 이 장에서 '2030 남성의 보수화' 혹은 '잠재적 극우 담론'으로 이들 전체를 극우화 또는 보수화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저자는 '이대남', '젠더전쟁'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며 2030 남성이 '습관적 프레이밍'됐을 뿐 현실은 '스윙보터'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현재 대한민국 2030 남성이 '생계 부양자 되기'의 맨박스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가치관을 달성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큼을 지적하며 '2030 남성에게 응원봉을 주지 않는' 진보정치의 실패가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2030 남성의 보수적 선택이나 광장 정치에 미온적인 태도는 현재의 사회경제적 위기의식에 대한 나름의 대응이라고 진단하며, 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제안한 대책이 '양성평등복무제' '연금개혁'을 사례로 든다. 결론에서 저자는 '보수화된 2030 남성은 없다'고 주장하며 단지 '기성세대의 정치가 충실히 풀지 않고 방치한 문제'의 결과로 현 상황을 치부한다. 황당했다.

30대 중반의 지방 출신 남성으로서 저자 양승훈의 진단과 분석에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이 <광장 이후>라는 꼭 필요한 학계의 연구 담론 주제에 실렸다는 것 자체가 결국 출판계와 공저자의 실패를 방증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비상계엄' 사태는 명백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의 '조기대선' 국면과는 다른 상황이다. 민주주의 자체가 군부에 의해 공격받았고 후안무치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법원 판결을 불복해 사보타주까지 발생했다. 동시에 전국적으로 내란 우두머리를 지켜야 한다며 탄핵 찬성 집회만큼의 규모를 동원할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저자에게 故 노회찬 전 의원의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언을 상기해주고 싶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대통령 탄핵에 수긍하지 않는 사람은 명백히 '민주주의 적'이며 이 적 앞에서 세대와 성별 상관없이 일치단결하는 것이 '민주공화국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030 남성은 외면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2030 남성의 출구 조사 결과 과반이 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했음이 확인됐다. '보수화된 2030 남성은 없다'고 주장한 양승훈 저자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신진욱, 이재정 저자의 연구 논문을 보면서는 깊이 수긍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신진욱 저자의 '친위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 나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깊게 다가왔다. 이재정 님의 '남태령'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장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담론도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3번째 양승훈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광장 이후>의 담론 설정 자체가 실패했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자연스레 '액화 노동'을 지적하며 양승훈 저자보다는 신뢰성 있는 통계로 청년 세대의 노동 형태의 분화에 따른 정치 성향 분석을 진행한 이승윤 연구가의 글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굉장히 필요한 연구이고 남겨야 할 의무 앞에서 학계 특유의 '좋은 사람' 되기에 편승해 같은 진영이라고 평가되는 연구가의 '논점 이탈'을 지적하지 않고 출간까지 감행한 작태가 유감이다. 이런 분석은 광장에 참여한 2030 청년 세대에 대한 깊은 모욕이고 부디 저자들과 이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는 큰 실수였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온라인 상에 평가를 남길 때 최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광장 이후>를 보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 기록으로 남긴다. '피로 쓴 민주주의' 덕에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서 큰 희생 없이 내란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2030 남성은 광장의 참여는커녕, '조기 대선'에서 내란 세력 후보 혹은 극우 주장을 서슴없이 펼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줬다. 그런데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한탄스럽다. 나치의 제노사이드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무솔리니의 파시즘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정치 세력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법원을 흔들고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세력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우리 사회는 더더욱이 그 세력과 가열차게 맞서 싸워야 하고 혐오와 폭력이 이 민주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민주주의 적’인 이들의 행위 자체가 부끄럽고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가치를 포기했음을 환기시켜야 한다. 제발 정신들 똑바로 차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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