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는 감각 리뷰

어쩌다 직장인 독서일기 Vol.15

by 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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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경희, 유감과 희망

20대의 추억을 회상할 때 거리의 투쟁과 사회적 연대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 당시 ‘대학생’이었기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데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게 연대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진보적 학풍의 ‘자주 경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어쩌라는 감각>을 통해 마주한 모교의 변화는 유감을 넘어서 시대와 세대의 변화를 실감한 사례가 됐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책을 통해 ‘학생 운동’의 밀알과 씨앗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고, 이들의 희망과 소망을 응원하게 됐다.

<어쩌라는 감각>은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이 2025년 대선 시기에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가 ‘이준석’ 후보 초청 강연 개최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게시하는 데에서 시작한 투쟁사를 담은 책이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발간된 책이다. 무엇보다 경희대학교 동문으로서 ‘이준석 후보가 경희대학교 그것도 정경대학에서 학생회가 초청해서 강연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데에서 놀랐다. 게다가 이후 이 ‘반박 대자보’의 주체를 응징하기 위해 ‘폐지’까지 시도했다는 지점이 2025년 20대의 ‘보수화’에 대한 체감도를 올려줬다.


모교를 졸업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되는 동문으로서 이렇게 학생 사회가 급격하게 바뀔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재학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계열의 정치인이 ‘경희대학교’에서 특강이 열렸다면 아마도 그 날 KBS 9시에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주요 뉴스로 보도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 후보’의 초청 강연을 ‘정경대학 학생회’가 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물론 학생 사회의 자치권과 자율권의 의사는 존중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동문으로서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의 화신을 학내 자치 기구를 통해 공식 초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이 비극적 퇴보 앞에서 ‘경희대학교 학소위’는 반대 성명을 냈다는 게 ‘자주 경희’의 정신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위안이었다.


<어쩌라는 감각>은 이 대자보에서 시작한 논쟁과 갈등의 여정을 묶은 책이다. 당연히 학생 사회에서 비판할 수 있는 ‘대자보’에서 정경대학 학생회와 학생회장이 소위 말하는 ‘긁’힌 게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이들은 대자보 철거를 요청했고 논란이 경희대학교를 넘어서 여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확장되자 과감하게 ‘학소위 폐지’를 주도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학소위’ 구성원들이 대내외 여론전과 투쟁에 나선 것이다. <어쩌라는 감각>은 이 과정을 담아내면서 비이성적인 ‘정치적 중립성’ 기반 학생 운동 ‘백래시’에 대해 ‘학소위’ 관계자들의 감정 토로를 제목으로 차용했다.


다시 한번 ‘이준석’ 같은 저질의 정치인이 ‘자주 경희’의 학내 자치 단체에 의해 ‘공식’ 초청 됐다는 사실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자주 경희’는 절대로 좋은 사학은 아니지만, 적어도 ‘후마니타스 인문학’을 기본 교양으로 채택하고 ‘자본주의’ 속 부유하는 ‘대학’의 방향성과 길에 대안을 고민하는 사학이다. 언제나 충분하지 않지만 방향성 만큼은 진보를 지향했다. 그 결과가 ‘안정적인 생협 운영’,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정규직화’, ‘학내 베리어프리 시설 확충’ 등의 진보적 담론의 성과로 연결됐다. 그러기에 2010년대 주요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회 조직이 붕괴될 때에도 모교만큼은 일정 수준의 인원이 유지가 됐다.


그렇지만 <어쩌라는 감각>은 시대의 변화 앞에서 ‘자주 경희’의 진보적 학풍 마저 변화에 휘말려갔음을 보여주는 슬픈 고백이었다. ‘학소위’가 2021년 거의 전국 학생 자치 단체로 마지막까지 존재한 ‘총여학생회’ 후신으로 설립 후 4년 만에 ‘폐지’의 굴곡을 겪은 사실 자체가 동문으로서 뼈 아프다. ‘정치적 중립’은 학생 사회가 주창할 담론이 아니라고 20대에 배웠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학생은 성인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와 이권이 가장 연결되지 않은 집단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가장한 기만행위에 이렇게 학생 사회가 무감각하다는 게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돼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결국 <어쩌라는 감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존치한다는 ‘기쁜 소식’으로 마무리 됐다는 것이 다행이다. 동시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어쩌라고’의 투쟁 속에서 ‘학소위’ 구성원들이 경험한 변화와 희망의 가치는 이들의 인생과 우리 사회에 큰 변화의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경희대학교 학생운영위원회’가 ‘학소위’의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이 통고됐다는 사실이 이 싸움이 또 다른 전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부디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학생 자치를 넘어서 학생 운동의 2020년대 새로운 모델과 도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길 기원한다. 동문으로서 적극적으로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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