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in a bubble, still life

코소보 이야기 1

by Amrita


[2017년 이야기입니다. 참고해서 들어주세요.]


#1. 얼마 전에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We are living in a bubble'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이, 그 버블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잊히지를 않는다. 그래서 왜 내가 그 단어에 집착하고 있는지 적어볼 생각이다.


#2. 해외 생활 5-6년 차. 한국을 집으로 삼지 않은 게 20대의 절반이다. 한 나라에서 쭉 살았던 것도 아니다. 호주, 세네갈, 스웨덴, 태국. 지금은 코소보에서 살고 있다. 경험이니 인턴쉽이니 유학이니 하다가 결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까지 코소보에 잡아버렸다. 나는 여기서 철저하게 외국인이다.


#3. 여태까지 살았던 나라는 꽤 국제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적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는 거다. 호주, 스웨덴, 태국이야 워낙 국제적이고 다양한 인종/민족들이 공존하는 사회였고 세네갈은 비록 아시아인인 내가 지나갈 때마다 관심 어린 눈초리를 받긴 했지만 버텨낼 만한 수준이었다. 한국회사여서 그런지 나의 사회적 인프라가 나를 지켜줬다. 그런데 코소보는 나를 철저히 이방인으로 느끼게 만든다.


#4. 코소보에 뿌리를 내린 지 겨우 2개월째. 여기서 사는 아시아인을 나는 10명도 보지 못했다. 회사에 일본인 동료가 한 명 있고 자주 가는 태국 식당에 주인인 태국인, 태국 마사지샵의 직원들 몇 명. 나는 거리를 걸어 다니면 엄청난 눈총을 받는다. 차 경적을 울리는 것 부터해서 가끔씩 말을 거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도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고 물어본다. 그들에게 나는 정말 신기한 사람인 거다. 이 경험이 축적되니 화가 날 때도 있었고 나에게 중국어를 장난처럼 쓰는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고 보면 설교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졌다. 그들의 관심이 고맙지만 피곤 해진 것이다.


#5. 코소보에 아시아인이 드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코소보는 전 세계에서 국가로 인정받는 나라가 아니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하여 자치권을 주장하는 코소보는 스페인, 중국, 러시아 등 주로 국가 내에서 분리독립 세력이 존재하는 나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은 큰 이유는 코소보를 지지하였다가는 그들의 나라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데 모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6. 나는 외국에서 살면서 '아시아'를 갈망해 본 적이 단연코 별로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정체성을 아시아에 묶어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나의 아시아 정체성은 아주 강해진다.


#7. 나름 회사 친구들을 벗어나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코소보에서 한국인 친구가 생기다니! 회사가 끝나고 코소보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에서 그분을 만났다.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 나는 내 클러치백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집 열쇠와 핸드폰, 새로 산 가방이 없어지다니. 나는, 절망에 빠졌고 어쩔 수 없이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네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 졌다. 내 가방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고 회사에서 나의 도난 사건은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IT 담당자들과 security team의 전담마크를 받았다. 나는 슬펐지만, 나를 걱정 어린 마음으로 도와주려는 동료들의 친절과 친절하게 새 집 열쇠를 가져다주는 집주인아줌마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 내 옛날 물건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외국생활을 하면 특히 물건에 정을 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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