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일본여행기 2

도쿄와 오사카

by Amrita





1. 일본 지하철은, 커피 들고 타면 안 되는 건가요?

느지막하게 일어난 나는 중식당에 들어가서 칠리새우밥을 시켜 먹었다. (새로운 곳에 가면 중식을 먹어야 한단다.) 1인 혹은 2인만 겨우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내가 생각한 맛과 내가 생각한 가격의 음식들. 숙소에 돌아와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지하철을 타려고 나오니, 갑자기 일본에 있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지하철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손에 들고 있는 걸 문제 삼지는 않는다. 지하철에 쏟지만 않으면.. 난 발걸음을 돌려서 호텔 로비로 갔다. 직원에게 질문이 있는데, 커피를 들고 지하철을 타도 되냐고 물으니 직원은 고개만 살짝 끄덕인다. 내 질문을 이해한 것 같지 않았지만, 또다시 그 질문을 반복할 용기는 나지 않아 조용히 커피를 들고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무도 나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목적지까지 가면서 자리에 앉지는 못하고 가만히 서서 이동했다.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구독해 놓은 유튜브 뮤직을 들으면서 나의 한국 삶을 가만히 생각한다. 외국에 있으면 한국을 생각하고 한국에 있으면 외국을 생각하는 청개구리 심보는 도대체 언제 없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건지도.. 하지만, 그 생각에 섹션을 없애는 것이 나의 작은 목표다.




센소지에 도착하니 사람이 많았다. 벚꽃이 만개하기 전인 3월이지만, 가끔 벚꽃도 보인다. 점심시간이다. 나는 한국식의 뚱뚱한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가끔 외국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한국식처럼 속이 매우 뚱뚱하고 재료가 많이 든 샌드위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무조건 샌드위치 카페를 찾아간다. 흔히 한국에 있는 일본 카페에서 파는 크림샌드위치, 크림산도, 혹은 후르츠산도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다 많이 보았지만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유명한 관광지 식당을 포기하고 꾸역꾸역 산도 가게를 찾아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샀다. 길거리에서 구경하면서 먹기는 부담스러운 크기다. 커피를 마시면서 센소지를 구경한다. 자주 쓰지 않는 내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들고 오랜만에 여행 기분을 느껴본다. 걷는 관광이 피곤해진 나는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선생님 친구 B양의 카톡이 와있다. 나의 안부를 묻는 그녀에게 일본에 있다고 하니, 즐거워한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많다. 예상했던 맛이지만 큰 귤이 가득 든 산도. 현지에서 익숙했던 맛의 음식을 먹는 것도 어찌 보면 행운이 아닐까. 그리고, 현지의 음식을 현지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만족한다.






2. 오사카성과 야키니쿠

2025년은 나에게 편안한 해였다. 한국에 온 지 4년이 흘렀고 아직 소속감의 부재가 있지만 한국이 편해졌다. 대학원 때 잘 지내던 친구들이 (일본을 좋아한다) 오사카에 갈 건데 합류하라는 말을 몇 개월 전부터 전해온다. 난, 작년에도 도쿄에 혼자 갔는 걸? 생각해 볼게라며 새초롬하게 거절했지만 10월이 다가오니 또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들었다. 36만 원 비행기표를 찾아서 예약을 하고 호텔은 친구들이 예약한 곳으로 합류했다. 25살부터 10년 동안 이어온 우정은, 그 결이 변하지 않았다. 때로는 삶의 스테이지가 맞지 않아 할 말이 없을 때도 있고 서로가 전하는 위로나 충고가 잘 맞지 않아 씁쓸하게 우리 우정은 끝인가 하고 웃어넘길 때도 있었다. 오사카성을 방문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가족사진도 이런 친구 그룹 사진도 사실 이젠 어색하지만, 지나고 나면 명목상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스타일을 보는 게 재밌는 나는, 흰 스타킹 양말을 길게 늘어뜨리게 신고 머리띠를 한 중년 남성을 보면서 친구들과 일본의 LGBTIQ+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제개발학 전공자 2, 심리학 전공자 1, 금융 전공자 1은 이 토론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옷차림과 관련 있을까? 오후에 오사카에 사는 친구를 만나 물으니, “일본에는 그냥 성정체성 상관없이 저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라고 말한다. 흥미롭다. 한국은 아직 이런 점에는 좀 더 보수적인데.. 일본은 꽤나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국가였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에서 회포를 풀기 위해 우리는 구로몬 시장을 방문했다. 맛차 아이스크림과 다코야끼를 간식으로 먹는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지만 현지에서 먹으면서 맛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재미가 있다. 검색에 빠른 친구 1이 저녁 식사 가게를 찾는다. 특별한 의견이 없었던 우리는 그리로 향했고 일본식당이지만 한국어 메뉴판이 여기저기 있는 걸 보니 한국인 주인이 하는 가게가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니면 한국인 손님이 많았던 걸까? 찾아보니 야키니쿠 가게다. 야키니쿠는 일본에서 한국식 고기구이를 바탕으로 재일한국인, 조선인이 정착시킨 식탁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요리의 전반을 말한다고 한다. 주문한 메뉴를 받아보니 한국식 바비큐랑은 좀 더 고기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더 정갈한 느낌이었다. 엄청 좁은 가게에 2층도 있다니. 일본의 매력이다. 김치의 맛도 좋다. 맥주까지 마시고 나서 우리는 좀 더 걷기로 했다. 식당을 나와서 걸으니 도톤보리가 보인다. 대학생 때 이후로 13년 만이다. 운하는 좀 더 복잡였고 식당이 더 많아졌다. 돈키호테에서 쇼핑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고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도 들어준다. 내가 기억하는 오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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