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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Feb 07. 2016

아지트

09_숨어있는 '우리들만의 공간'


크라이스트처치 여름은 굉장히 건조하면서도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다. 그래서 머리를 풀 때 보다 질끈 묶을 때가 많고 바람에 날리기 좋아하는  원피스보다는 바지를 입을 때가 많다. 이번 크라이스트처치 여름 날씨가 좋은 편이라 공원이나 바닷가를 많이 갈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관을 자주 가게 되었다.  그중 톰 후퍼 (Tom Hooper) 감독의 데니쉬 걸 (The Danish Girl) 이란 영화와 톰 메카티 (Tom McCarthy) 감독의 스폿라이트  (Spotlight)라는 영화는 실화여서 그런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들이었다.

 


인트로가 너무 길었나.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원래 아지트의 뜻은 '우리들만의 공간' 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라이스트처치 안에 위치한 나의 아지트들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앨리스 씨네마틱  (Alice Cinematheque)


이 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빈티지 DVD 스토어다. 영문학을 공부했을 때 자주 들르곤 했으며, 지금도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바로 찾아가는 편이다. 이 곳의 특별한 점은 없는 DVD가 없으며, 안에 자그마한 예술영화관이 있어 일반 영화관에서 보기 드문 영화들을 상영해 준다는 점이다.  



엊그제 이 곳에 들려 전부터 보고 싶었던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을 대여해 봤는데, 정말  '취향저격'인 영화였다. 보는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웠으며, 웨스 앤더슨 감독의 특유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만약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DVD를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물론 시대와 상관없이) '앨리스 씨네 마팈'과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앤더슨 감독의 첫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지만, DVD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스페셜 피쳐' 가 나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혹시 영화 내내 빠지지 않았던 분홍색 박스 안에 달콤한 디저트를  기억하는가? 스페셜 피쳐에 중 하나인 MANDL'S SECRET  RECIPE를 보게 된다면, 아마 이 디저트의 레시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 씨 원 카페 (C1 Cafe)


엘리스 씨네마틱과 바로 이어져 있는 씨원 카페. 바로 이번 주 수요일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뒤 옆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셨다. 환상의 조합 아닌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카페이기도 한 C1.  빈티지 x 모던한 인테리어가 돋보임과 동시에  베즈 루어먼 (Baz Luhrmann) 감독의 영화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 가 연상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카페 전체가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재미난 소품들로 가득하며 메뉴는 곧 작은 잡지 형식으로 되어있어 매달 다른 콘셉트의 잡지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화장실은 자동 책장 문 뒤에 숨어있어 첫 번째 방문이라면 당신을 당황케 할 수 있으며,  물을 마시고 싶다면 재봉틀의  돌림 바퀴를 돌려야지만 물이 나오도록 배치되어 있다.(최근엔 탄산수를 마실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난 기계가 카페 뒤편에 설치되었다). 





원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에 대한 글을 먼저  발행할까 고민하다가 사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들만의  공간=아지트'라는 주제로 크라이스트처치 일상을 간단하게 나눠봤다. 


P.s.

한국은 온가족이 다 함께 설 연휴를 즐기고 있겠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한국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무쪼록.

모두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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