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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Jan 06. 2020

01_두 여자의 다른 삶.

22_ 여자 x 둘이 x 살고 x 있습니다 by 김하나, 황하나 작가

처음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나의 생각은,

"왜 이제야 이 책을 손에 들었을까?"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남은 페이지 수를 세며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책을 처음 폈을 때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듯한 몇 장의 그림이 재미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망원동에서 그 책을 처음 보게 되었다. 친구의 친구 손에 들려있었는데 첫 커버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 이후로도 들리는 서점마다 그 책이 보란 듯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내가 읽고 싶어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핑크색 커버에 눈이 자꾸만 갔을 뿐.


그리고 결국 뉴질랜드로 다시 와버렸고, 2020년 수많은 도전들 중 '독서'가 들어있었으므로 책 사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책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전자책 안에 들어있는 여러 기능이 흥미로워 이런저런 기능을 써보다가 (형광팬으로 하이라이트도 쳐보고,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왜 좋았는지 메모도 남겨보고) 그 책에 점점 빠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틈도 없이 김하나, 황하나 작가들의 삶에 들어가 있었다. 나중에 그들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되었는데, 서로가 자신들의 첫 지망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굉장히 독립적인 성격인 나도, 고향, 취미, 이야기 나눔 거리가 서로 잘 맞는다면 한 번쯤 '동거인'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없어 혼자 살고 있지만 말이다). 


나 같은 경우, 유학생활이 길어 수많은 "동거인"들을 대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아주 무난- 한 관계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훗날 나의 집을 마련하게 된다면, '온전히 나만의 공간'으로 더 독립적이여 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더 뿌리 깊게 다졌던 것 같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나는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삶의 배경이 같거나 또는 나누는 대화가 흥미로워서 마냥 즐겁게만 사는 '이상적인 삶' 만을 나누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서로에게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까지도 잘 담아낼 수 있는 그 용기에 오히려 나는 더 동거인이란 존재에 대해 끌렸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다 성숙했다고 우쭐대지 않는 그들의 삶이 좋았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끈을 놓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다가가려고 하는 그들의 태도가 본받을 만했다. 

마지막으로 두 여자의 여린 마음을 또는 사려 깊은 마음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솔직함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김하나 작가의 글 '두 일생이 합쳐지다'에서 정현종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데, 나 또한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이 시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정현종-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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