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한숨이 아니라 호흡이다. 깊은 호흡이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지만 삶 속에서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호흡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호흡에 집중을 한다는 말은 하루를 통째로 쓰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삶에는 해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중에 호흡이 빠진다면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함에도 응당 제 역할을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 맡겨두고 부지런히 여러 일을 하며 오늘의 삶을 채워나간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이 잦아졌다고 이 글을 시작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이때의 비교군은 타인이 아니라 이전의 내가 되어야 한다. 24시간을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수행자 같은 모습을 상상할까 봐 서둘러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화장을 할 때 그다음 단계에 넘어가는 순간에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나를 발견한다. 또 긴 시간을 잊고 살다가 컴퓨터 부팅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부팅을 기다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곤 한다. 숨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배를 부풀리고 다시 쪼그려 뜨리려고 하고 있다. 혹시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요즘 나의 삶에 깊은 호흡이 등장하는 횟수가 어떻게 늘게 되었는가. 혹시 노트 안 체크리스트에 '심호흡'이라고 적어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번 주 새롭게 기를 습관으로 심호흡을 결심한 것은 아닌지. 이런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은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들로 이런 시도를 종종 해보았기 때문이다. 명상하기, 바르게 걷기, 물 많이 마시기, 허리 곧게 세우기 등. 물론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지만. 이번에는 이런 의도성이 없이 문득 발견한 사실이다.
'어? 나 지금 숨을 깊게 들이마셨네?'
올봄 십여 년 만에 요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단 두 번뿐이지만 시간의 축적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요가원에서의 한 시간 호흡의 집중이 삶으로 연장되어 아주 미미하게나마 몸이 기억하고 해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여진처럼. 잔파도처럼.
깊은 호흡을 내 몸이 해보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여유가 있는 순간이라면 호흡의 통로를 되도록 일자로 만들려고 해 본다. 구부림을 최소화하고 숨을 들이마시면 내 몸이 굵은 통이 되어 공기의 길에는 장애물이 사라지고 보다 수월하게 숨이 빨려 들어가고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깊은 호흡을 하는 순간 마음의 먼지 몇몇 개나마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호흡의 등장을 발견했다는 것은 이전에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 횟수가 많고 적은 지, 호흡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 판단의 잣대를 끼워 넣고 싶지 않다. 없던 것에서 생긴 것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호흡의 순간을 알아차린 것처럼 여기에 조금씩 조금씩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내 호흡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엄청난 혁명으로 느껴진다.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내가 알아차리지도 않고 의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깊게 호흡을 하고 있는 내 숨이라니. 꽤나 괜찮은 삶의 베이스를 깔아 두고 그 위에 하루를 그려나가는 유쾌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