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그림일기]기품있는 봄맞이
2023.3.29
그라폰파버카스텔 요자쿠라.
핑크를 산다면 꼭 이 아이로 들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내 마음속 리스트에 올려놓았었다.
벚꽃을 그리는 계절에 만나고 싶다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딱 맞게 들이게 되었다.
가격 자체로만 보면 못 사는 값도 아니다.
그러나 가격은 수치 자체로만 말하는 것이 아닌 것.
잉크 치고 비싼 가격이라는 '치고'라는 조사에서 쉬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치고'를 찾아보니 '그중에 예외적으로'라고 나오네.
그렇다. 비교대상은 그중인 것.
그리하여 이 가격의 잉크는 나에겐 충분히 사치품이다.
그러나 이 기품 있는 병과 영롱하며 투명한 잉크색을 보고 있자면
다른 영역이 아닌 그중에서 사치품을 즐기고 있는 나의 품격까지 높아지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아, 고와라.
어젯밤의 목련과 오늘 본 벚꽃.
이 날들 사이에 벚꽃빛 잉크라니.
나다운 봄맞이.
라고 자화자찬하며 소비를 이렇게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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