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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그림일기]이 책을 읽으며 같은 밤을 생각했어

2023.5.31

by 수수한

<Smile_Raina Telgemeier>

큰 꼬마가 추천해서 어제 읽기 시작

작가 레이나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 날 밤, 순식간에 넘어져서 앞니가 깨지고 앞니가 잇몸에 박힌 사고를 겪는 레이나.

그 어둠 속에서 큰일이 아닐 거라고 순간 자신을 다독이지만 흐르는 피와 허전해진 앞니에 바닥을 더듬으며 앞니 조각을 찾는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가족들의 다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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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년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이 페이지를 읽기가 참 힘들었다.

엄마 집 앞에서 자전거를 배우던 큰 꼬마가 넘어졌는데 때는 저녁 해가 기울어질 때즈음.

아이 무릎과 입가에 피가 나는데 앞니가 깨진 것이다.

해는 져가고 어둠이 내려앉아서 다급하게 이 조각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다.

다급하게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이라 다른 지역에서 온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이의 입술은 퉁퉁 부어있었고 깨진 앞니 사이로 보이는 입 안은 커다란 동굴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무엇에 그리 화가 났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걱정과 슬픔, 화가 뒤섞인 감정에 휩싸였었다.

연휴였던지라 다음 날 집으로 와 어렵게 문을 연 치과를 수소문해 갔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야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이 생각이 나서 읽는 동안 얼굴을 찡그리다가

큰 꼬마에

"그때 생각났어?"라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 조각을 찾을 수 없고 어둠이 내려오는 그 저녁이, 방호복은 의료진이 들어갈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던 그 밤이 너무나 무서웠다. 무서워서 화가 났던 그 밤이 미안하다.

작고 어린 나의 큰 꼬마의 깨진 이 사이 그 동굴을 생각하면 아직도, 여전히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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